‘방송 문외한’ 최성준, 방송계 갈등 사안은 ‘정부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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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필요성 강조…해직언론인 해법엔 ‘미적지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는 1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일각에서 우려하듯 방송·통신 분야를 속속들이 알고 있진 않다”면서도 “그간 방송·통신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재판과 관련 학회·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방송·통신 분야의 기본원칙 등에 대한 식견을 기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안, 방송법 개정안, 해직언론인 문제 등 방송계 갈등 현안 관련 질의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에서 최 후보자는 그간의 활동을 통해 쌓은 기본원칙 등에 대한 식견보다는 전임 위원장과 정부·여당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野 “양심에 따라 답변하라” 호통=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지난 2월 국회 당시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종편 대주주인 조선·중앙·동아·매경 등의 반대가 이어지자 여당은 “민간방송에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을 주장하며 합의를 파기했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최 후보자는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방송 사업자뿐 아니라 종사자인 PD·기자 등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의 주체로 공정방송에 대한 의무를 지는 만큼, 둘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조정할 기구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편성위원회 구성은 필요하지만, 법률로 강제하는 건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최 후보자는 이어 “공영방송의 경우 공공성이 강한 만큼 당연히 그렇게(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해야 하지만, 민영방송과 유료방송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야당과 합의했던 여당이 입장을 번복하며 내세운 주장과 같은 내용이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상파든 종편이든 모두 국민의 재산인 전파로 사업을 하는 만큼, 민간 자본이든 공적 자본이든 전파를 사용하는 이상 규제를 받는 건 당연하다”라고 지적하며 “후보자는 (법조인 출신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답변해야 한다”고 호통을 친 이유다.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권과 마찬가지로 수수방관 태도를 보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장병완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면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진행한 170일 파업은 정당하며, 파업을 이유로 회사에서 언론인들을 해직한 건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결을 언급,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최종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가 어떤 입장을 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당시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면서도 현재까지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권과, “노사 간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모른 체하고 있는 여당, 그리고 전임 위원장의 모습과 같은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최 후보자는 주장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수신료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에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송 공정성 보장을 위한 장치 마련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또한 KBS이사회와 방통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 추천 인사들이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했던 얘기들일 뿐, 수신료 인상에 따른 KBS 2TV 광고 축소 논란과 시청자 부담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었다.

■종편 방발기금 징수 검토=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을 두고 ‘묻지마 재승인’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그간 징수를 유예했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오는 6월 검토를 통해 종편에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으로부터 “방송법에서 중요한 건 사업자 간 공정경쟁으로, 종편 특혜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질문을 받고 “(종편 특혜로) 의무재송신, 방발기금 유예 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6월께 방발기금 유예 부분을 재검토하고 정리할 예정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종편 광고 특혜의 대표적 내용인 중간광고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최 후보자는 “종편에서 중간광고를 빼거나 아니면 지상파 방송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최민희 의원의 지적에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이 맞다”면서도 “광고균형발전위원회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을 뿐, 즉답을 하진 않았다. 종편 특혜 회수에 대한 의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반면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후보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규제를 받고 있다”며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접광고와 관련해 최 후보자는 “드라마의 한류 열풍과 간접광고가 연계될 경우 국내 상품의 해외 수출이 활발해지는 등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조건 허용할 경우 폐해가 있을 수 있어 방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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