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새 정부의 언론개혁과제 …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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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혁 기조 확고부동, 자율과 책임의 시대 열 터
김원길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 VS 장해랑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contsmark0|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국민회의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보처 폐지,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 등은 언론3단체의 언론개혁10대과제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방송 개혁의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연합회 장해랑 회장과의 대담에서 더 이상 정부의 통제 및 방송장악은 없을 것이라며 , 방송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거듭 강조했다.<편집자>
|contsmark1|선정적 방송프로그램 극복되어야
|contsmark2|장해랑 : 바쁘신 와중에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현업인들은 새 정부 출범으로 방송개혁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집권자들이 약속한 언론개혁이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 또한 있습니다. 국민회의가 밝힌 언론개혁의 골격은 변함이 없으신거죠?김원길 : 예. 전혀 변함 없습니다. 야당이 여당됐다고 변하는 것은 말이 안돼죠.장해랑 : 현재 각 프로그램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선정적이고 10대 중심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김원길 :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야 굳이 나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겠어요? 주변여건이 그런거지. 그러니 이건 못 쓰겠다 할 게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지 보여주는 방송사가 있었으면 합니다. 영국의 bbc 보세요. 시청층이 꾸준히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좋은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의 수준이 올라가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거지, 맨날 애들 나와서 춤추는 것만 보던 사람들이 교양 프로그램을 보겠어요? kbs가 모범을 보여준다면 상당한 힘이 될 것이고, 이를 터전으로 시민여론이나 전문가의 의견도 많이 반영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요.
|contsmark3|통합방송법 당초 안대로 갈 것 장해랑 : 정부의 통합방송법안이 시민단체, 방송현업인단체, 국민회의 등 야당의 반대로 그간 3년째 표류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방송법과 김영삼 정권의 통합방송법안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김원길 :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부터가 잘못된 거죠. 당장 인사권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되어 있잖아요. 과거 정권이 방송을 통제해 정부 홍보수단으로 삼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이제 김영삼 대통령이 물러나는데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업적을 인정해줍니까? 그거 다 헛거예요. 옳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통합방송법 야당안을 주장할 때와 똑같은 정신으로 갈 것이고,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시민단체, 방송현업단체들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합니다.장해랑 : 공보처를 폐지하면 기존 공보처의 기능에 대한 복안은 있으신지요?김원길 : 정부 홍보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보실을 신설해서 담당하면 됩니다. 또 방송정책, 방송인허가권, 방송 자체에 대한 관리는 방송위원회가 담당해야죠. 명실상부한 방송(통신)위원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장해랑 : 방송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요구도 높습니다만.김원길 : 방송위원회 위원 인선의 중립성을 보장해줘야죠. 사회 각 분야의 지역별·계층별 대표성과 방송관련 전문성을 기준으로 구성하되 국회제도개선특위 합의안을 존중하는 기조위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입니다.
|contsmark4|편성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장해랑 : 방송은 경영의 측면에서 이익 추구, 편성의 측면에서 공익 추구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방송법에 편성권의 독립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pd연합회는 편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만.김원길 : 편성권 보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죠. 방송사업자가 방송편성시 편성제작자와 협의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방송위원회에서 조정한다는 근거규정을 통합방송법에 명시할 생각입니다. 방송법에 편성권 보장의 정신이 명시된다면 방송사 내에서 편성공유에 대한 규약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장해랑 : 공보처 폐지,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 방송위원회 위원 선임 방식 개선으로 독립성 부분은 어느 정도 확보되겠지요. 그러나 공익성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김원길 : 공익성은 자연스럽게 담보되어야 하는 것인데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하면 좋겠어요. 객관적인 제3자의 평가에 따라 잘못할 때마다 벌점을 부과해 불이익을 준다면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요? 즉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결격사유가 있으면 광고를 제한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패널티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 보다는 자율적인 장치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contsmark5|교육방송공사화 약속 지킨다 장해랑 : 방송사는 그 어느 조직보다 관료적인 조직입니다. 방송계 자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송현업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김원길 : 프로그램 평가위원회나 편성위원회 등에 현업인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장해랑 :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원길 :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는 그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제한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의 문제이지 영원히 규제할 순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송사 내외적으로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이죠. 즉 사내적으로는 편성권 독립, 대외적으로는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조직화 해내야 합니다. 재벌이 방송사를 인수하더라도 자사 홍보기구로 쓸 수 없도록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견제장치를 방송계 내에서 빨리 만들어야 해요.장해랑 :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위상과 소유구조에 대한 방안을 말씀해 주시죠.김원길 : kbs는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위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대로, 민영방송은 민영방송대로 제 위상과 역할을 찾을 수 있게 해야합니다. 교육방송은 소위 앞으로 평생교육, 전문교육, 사회교육이 필요하니까 교육방송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타당할 거구요. 물론 재원조달은 국가가 해야 합니다. 또 시청료를 나눠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장해랑 : kbs, mbc, ebs의 사장 선임 방식 등에 대한 대안은 무엇입니까?김원길 :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은 방송위원회에서 직접 선임해야 할 겁니다. 사장 역시 이사회에서 직접 선출해서 방송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죠. 교육방송이 공사화되면 kbs와 마찬가지 방식이 되겠죠.
|contsmark6|방송회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장해랑 : 방송광고공사도 큰 문젠데요.김원길 : 방송광고공사는 순수 미디어랩(광고판매대행사)의 성격으로 바꿔야 합니다. 공익자금운영도 혁신해야 합니다. 방송사가 서로 협의해서 자율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그 운용 역시 방송사에서 해야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징수해 인심 쓰는 것은 안돼요. 공익자금은 방송발전기금으로 전환돼야죠. 또한 20%, 19% 등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것은 안된다고 봐요. 방송사의 수익상태를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요율을 조정해야죠. 수익을 많이 내면 더 내고, 수익이 적으면 덜 내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다만 방송쪽에서는 문화 부분에 지원을 해야 합니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방송 자체가 발전할 수 없는 거예요.장해랑 : 올 2월에 방송회관이 개관하는데 방송현업인들의 참여가 일체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간 방송회관의 재정이나 규정은 공보처에서 허가와 심의를 받게 되어 있었는데 공보처가 폐지되면 방송회관 역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인의 요람인 방송회관 운영에 방송현업단체의 참여는 물론이고 무상입주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김원길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보처가 폐지되면 방송회관은 제로베이스 상태로 돌아가는 겁니다. 당연히 재검토돼야죠.
|contsmark7|문제 있는 사람 스스로 물러나야 장해랑 : 제도적인 정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 아닙니까. 이런 면에서 방송계 내에서는 인적 청산, 개혁을 주도할 새로운 주체세력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김원길 : 제도적인 변화가 있으면 일단 혼란이 올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겪어내야 해요. 인적 청산의 원칙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민주적이고 대표성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개혁이 주도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장해랑 : 당장 imf시대에 방송사 생존전략 및 장기적 발전전략을 세워야 할 때인데요.김원길 : sbs, mbc가 곧 적자날 형편 아닙니까? 이런 판국에 공익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말이 안돼죠. 정부 통제 차원이 아닌 비즈니스 차원에서 수익성에 대한 고려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상업방송을 포함한 장기적인 발전에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장해랑 : 마지막으로 pd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김원길 : 권력이 개입될 여지를 없애야 해요. 우리가 잘 한다고 해도 여러분들은 간섭과 압력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즉각 반박하고 항의하세요. 방송의 주인은 여러분들이니 여러분들이 편성권을 확보해야 되요. 편성권을 확보하면 상업적이니 불공정하니 하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가 될 겁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선 공무원 중립과 언론의 중립이 꼭 필요하며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지만 여러분들도 노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프레임을 짤 때 반드시 혼란은 있어요. 그러나 절대 돌아가면 안돼요. 이제 겨우 10미터 왔는데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면 영원히 못가요. 문제가 있으면 거기서 머물면서 해결해야죠. 새정부나 여러분들이나 앞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아는 척 하더니 그 꼴 났지’ 하며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어요. 그걸로 주춤하면 안돼요. 주춤해서 눌러앉으면 영원히 못간다고. 그걸 서로 이해하고 각오합시다. <기록·정리 : 이서영> |contsmar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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