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뉴스’로 전락 지상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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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주요 이슈 실종…MBC 월드컵 보도 평균 12건 최다

월드컵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의 뉴스만큼은 예외다. 지상파 3사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문제 등 주요 이슈를 밀어내고 브라질 월드컵 소식으로 메인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한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지상파 3사 메인뉴스를 살펴본 결과 3사는 사별로 하루 평균 8~12개의 월드컵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MBC는 이 기간 동안 134건의 리포트(1일 평균 12건)월드컵 뉴스로 채웠다. 새벽 중계방송을 시작으로 각종 예능, 다큐 프로그램을 월드컵 특집으로 편성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뉴스까지 월드컵에 몰두하면서 주요 이슈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월드컵 보도의 내용도 문제다.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도 적지 않다. 지난 21일 <뉴스데스크>는 국가대표팀 2차전을 앞두고 영국 도박업체들이 우리 대표팀의 승리와 박주영 선수의 골을 예측했다고 보도했고, KBS <뉴스9>는 자사 해설위원인 이영표 위원의 명품 해설의 비결이 ‘비밀 노트’에 있다는 자화자찬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 SBS <8뉴스> 6월 23일자 보도 화면 캡쳐.
▲ MBC <뉴스데스크> 6월 23일자 보도 화면 캡쳐.
이런 흥밋거리 위주의 보도에 2기 내각의 인사검증과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주요 사안은 뒤로 밀렸다. 24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문창극 총리 후보를 비롯해 자질 논란이 일고 있는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의 검증 보도는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KBS <뉴스9>가 지난 11일 단독 보도한 ‘문 후보 교회 강연 발언’ 문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정부와 문 후보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보도였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3일부터 매일 1~2꼭지로 문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거취 문제를 다뤘지만 대부분 해명에 치중했다. 지난 15일엔 문 후보가 일본 위안부 발언에 직접 사과에 나섰다고 보도한 뒤 여야의 반응을 붙였다. <뉴스데스크>는 문 후보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하루 전인 23일까지도 문후보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로 추정된다는 국가보훈처의 발표를 전하면서 문 후보를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절 논란이 제기된 김명수 교육부 장관,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에 대한 검증보도도  ‘면피용’ 수준이었다. <뉴스데스크>는 송광용 수석 제자논문 표절 논란을 지난 16일 단신으로 보도했다. 지난 17일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 제작논문 표절 의혹’은 숫자로 본 한국 대 러시아‘ ‘역대 월드컵 주역들의 조언’ 등의 월드컵 관련 보도에 이어 후반부에 배치했다.

KBS <뉴스9>도 지난 17일 김명수 장관 후보와 송 수석의 ‘논문 가로채기’ 의혹을 월드컵 소식 뒤에 붙였다. SBS <8뉴스>는 송 수석과 김명수 장관 후보자 표절 의혹 문제를 16일과 17일 세 번째로 전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8뉴스>는 23일 2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명기 국정원장 내정자와 김명수 내정자가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SBS를 포함해 지상파에선 이병기 내정자의 이력 논란을 언급조차 안했다. 종합편성채널과 YTN 등에서 이 내정자가 옛 한나라당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력을 모두 다뤘다.

유족들이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던 세월호 참사 역시 지상파 뉴스에서 소홀하게 보도한 사안이다. 세월호 보도는 한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유병언 차기’로 대체됐다. 수색상황과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보도는 ‘세월호 참사 두달‘(<뉴스데스크> 6월 16일) ’12명 어디에…수색 공백 없게 해달라‘(SBS<8뉴스> 6월 16일), '구조 111분 재구성’‘4층 수색 작업 난항’‘돌아와 12명의 슬픈 사연‘ (KBS <뉴스9> 6월 18일, 22일) 정도였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기간 동안에는 월드컵 말고도 2기 내각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문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안이 많았다”며 “이런 이슈를 모두 축소하고 월드컵에 집중한 지상파는 사실상 보도 기능을 상실하고 스포츠 뉴스로 전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가 의도적으로 다른 이슈를 덮은 것인지 상업적인 생존을 위해 월드컵에 올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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