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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특집 ③] 목포·여수 맛집 베스트 7

“어떻게 미식기행을 시작하셨어요?”

<세 PD의 미식기행> 책을 내고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PD에서 교수로 전직하고 학위논문을 한참 쓰고 있던 2012년, 스트레스 해소책이 필요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글을 쓰고, 다시 글을 핑계로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는 행복한 상상. 함께 떠날 도반을 모집했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며, 글 솜씨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수소문 끝에 역사다큐에 정통한 손현철 PD, <차마고도>의 서용하 PD와 선이 닿았다.

첫 번째 기행지는 목포, 남도 개미(갯맛)의 집산지다. 민어, 홍어, 낙지, 게살, 갈치, 조기, 콩물, 치즈바게트 등을 골고루 맛보았다. 촬영구성안을 고민할 이유도, 출연자 섭외 걱정 없이 느긋하게 즐겼다. 먹고 난 뒤에는 음식에 대한 감상을 쭉쭉 써나갔다. 김민식 MBC PD는 단식 파업 뒤에 책을 읽고는 너무나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맛의 포르노그라피’라던가?

▲ 책 ‘세PD의 미식기행’ 목포편과 여수편
두 번째 기행지는 여수. 책 내용을 어떻게 채울 지 고민이었다. 첫 편에서 음식에 대한 지식 밑천을 다 써버렸기 때문. 다행히 서 PD가 여수엑스포 파견근무로 맛집을 꿰고 있었다. 서 PD의 ‘족보’를 바탕으로 갓, 삼치, 서대, 굴, 군평선이, 게장, 갯장어, 장어탕, 해삼물회, 갓빵 등 진미를 훑었다. 글을 써야 되는데 “맛있다”는 말만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 음식의 역사와 중국과 일본의 음식문화, 식재료의 이동 등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맛난 기억은 거문도 삼치다. 소설가 한창훈 씨가 거문도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소설가는 낚시 나간 주민으로부터 1미터나 되는 삼치를 얻었다. 거문도로 이주한 낚시꾼에게 회를 떠달라고 부탁했다. 김 위에 묵은 김치와 밥을 약간 얹고 간장 찍은 삼치를 말아먹는 것이 거문도 스타일. 4kg이나 되는 삼치를 다섯 명이 먹었고 남은 회는 전을 지졌다. 소설가는 이야기해주고 낚시꾼이 회를 뜨고 부인은 전을 부치고. 흡사 꿈속에 소설의 한 장면에 들어가 삼치를 맛본 것만 같다.

두 번의 미식기행을 다니며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은 식당을 소개해볼까 한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니, 그저 참고하기만 바랄 뿐.

목포에 간다면 숙소는 목포역 앞 ‘목포 1935'를 강력 추천한다. 충청도가 고향인 사장이 목포가 좋아서 오래된 한옥을 구입해 멋진 한옥호텔 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값도 합리적이고 침구도 깨끗하다. 여수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나비잠을 추천한다. 아침에 볶음밥과 갓김치를 준다.

■ [떡갈비] 목포 성식당 (061-244-1401)
북항의 회센터나 영란횟집에서 생선회나 민어를 먹었다면 소고기를 먹을 차례다. 담양의 떡갈비를 찾았다가 실망한 사람들은 목포에서 떡갈비와 화해하라. 국내산 육우를 연탄불에 구워준다. 소갈비 다져서 햄버거를 만드는 것과 달리 텍스처가 살아있게 다져서 더욱 좋다. 고기의 분량도 넉넉해서 1인분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 목포 떡갈비. ⓒ홍경수 교수
■ [불고기] 풍년불고기 (061-242-5003)
소고기 등심과 생선회가 한꺼번에 나오는 ‘수륙양용형’ 식당이다. 목포에서 해산물과 소고기를 한 끼에 먹어야 한다면 추천한다. 1인분에 3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목포의 대표 생선들도 맛볼 수 있다.

■ [흑산홍어] 금메달 식당 (061-272-2697)
홍어 맛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목포 금메달 집을 가봐야 한다. 곱게 삭힌 흑산도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도 훌륭하다. 단연코 금메달 홍어를 맛보지 않고 홍어 맛을 이야기할 수 없다. 값이 비싸지만 맛을 보면 후회는 없다.

■ [짚불구이 삼겹살] 무안 녹향가든 (061-453-8360)
돼지고기 삼겹살을 짚불로 구워준다. 인간의 DNA에 내재된 바비큐의 본능을 자극하는 음식. 게다가 쌀을 키워낸 벼를 태운 훈연향이니 얼마나 고소하겠나? 구운 삼겹살을 엄지만한 뻘게를 갈아서 만든 장을 얹어 먹으면 한없이 먹을 수 있다. 양파김치와 고기를 먹은 후에 나오는 뻘게 장 비빔밥도 환상적이다.

▲ 갓 뷔페. ⓒ홍경수 교수
■ [하모 샤부샤부] 여수 경도회관 (061-666-0044)
갯장어가 꽃처럼 피어난다. 맛이 활짝 핀다. 하모 샤부샤부다. 갯장어가 아름답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값이 비싸지만 여수에서는 꼭 먹어봐야 한다. 갯장어는 직접 사서 먹으면 손질이 너무 힘드니 꼭 사먹어야 한다.

■ [장어구이&장어탕] 여수 7공주식당 (061-663-1580)
아나고(붕장어)를 숯불에 맛있게 구워준다. 갓김치도 맛있다. 압권은 마지막에 나오는 장어탕이다. 후추의 매운맛이 장어탕과 딱 어울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감사합니다.”

■ [갓 뷔페] 돌산갓밥상 (061-644-0098)
여수 갓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뷔페식당이다. 각종 갓김치와 갓초밥, 갓김밥, 갓튀김, 삶은 돼지고기 등이 무제한 제공된다.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써서 맛이 정갈하다. 오랜 여행으로 사먹는 음식에 질렸다면 더더욱 추천한다.

▲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홍경수 교수
목포 음식은 발효 등 시간 축으로 형성되는 특징이 있고, 여수는 활수하고 풍성하게 내놓는다. 롤랑 바르트는 맛있다는 영어 단어 ‘savory’의 어원이 라틴어 지식·지혜를 뜻하는 ‘sapere’와 같다고 지적했다. 맛은 지식과 지혜의 시작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행복해지고, 더불어 좀 더 성숙해지는 것은 덤이다.

다음 미식기행은 어디로 갈지 고민이다. 강준만 교수는 전주를 추천했다. 부산이나 영남 북부지역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함께 책을 쓴 서 PD가 뉴욕 PD특파원 발령을 받아 한국을 떠난 것. 언젠가 뉴욕 편도 쓸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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