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왜 아무도, 어떤 언론도 말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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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진출두 기자회견…“총궐기 왜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출두하기에 앞서 ‘노동개악’이라 불리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의 배경 등 정권의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에 가두거나 한 위원장의 ‘조계사 퇴거’ 문제에만 집중하는 언론을 향해 “껍데기뿐이었던 민주주의마저 죽어가고 있는데 왜 아무도, 어떤 언론도 말하지 않습니까”라고 일갈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10일 오전 10시 25분경 경찰에 자진출두하기에 앞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현장을 떠나지만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총파업 투쟁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오늘 구속된다 하더라도 노동개악이 저지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감옥과 법정에서도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한 위원장은 경찰에 의해 남대문경찰서로 호송됐다.

▲ 지난달 16일부터 25일 동안 조계사 관음전에서 은신하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앞서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지난해 5월2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및 올해 5월1일 노동절 집회에서 불법시위를 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발부됐다. ⓒ뉴스1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나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나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 나는 해고 노동자”라며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인가? 나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13일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대타협을 이룬 후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사정 대야합’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 대타협에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물론이고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는 물론 사측이 원하는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취업규칙 변경이 허용되는 등 이번 대타협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향해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에서는 민주노총을 기득권을 지키려는 ‘귀족노조’라고 폄훼할 뿐,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배경과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위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나서자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뉴스1

또한 이번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부터 자진 출두까지의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한 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과잉대응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으면서 그가 조계사를 언제 벗어날지, 그리고 한 위원장이 얼마나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행동해왔는지에 대해 보도하며 ‘범죄자’로 비추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에 반발하며 두 차례 총궐기에 참여한 노동자와 시민들에 목소리는 일부 언론에 의해 ‘폭력집회’로 규정됐다. 경찰이 농민 백남기씨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하며 백씨가 중태에 빠지는 등 경찰의 과잉·폭력진압과 인권탄압이 논란이 됐지만 언론에서는 왜 백씨가 집회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한 위원장은 “여기 계신 많은 언론들이 민주노총을 못 잡아먹어 안달을 내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는 귀족 노동자들의 조직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진실인가?”라고 반문하며 “민주노총이 귀족노동자 조직에 불과하다면 왜 비정규직악법을 막기 위해 온갖 탄압과 피해를 감수하며 총궐기 총파업을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 참석자들이 무교로를 지나 서울대병원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빈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4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4000명)은 지난 1차 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위중한 상태인 농민 백남기(69)씨의 쾌유와 함께 경찰의 살인진압 규탄, 공안탄압 중단, 노동개악 저지, 국정화 교과서 반대 등을 주장했다. ⓒ뉴스1

한 위원장은 “11월 14일 폭력시위를 이야기한다. 국가 공권력의 폭력진압은 왜 이야기하지 않나? 살인 물대포에 69세 백남기 농민이 병원에 사경을 헤매고 누워 계신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 이 분이 쇠파이프를 들었나? 이 분이 경찰에게 폭력을 휘둘렀나”라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나? 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나?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낙인찍고, 한상균을 폭력집단의 괴수로 몰고, 소요죄를 들먹거리며 단 한 번의 집회로 수백 명을 소환・체포・구속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재벌들에게 주는 선물상자를 노동개혁 포장지를 씌웠다 해서 노동개악이 개혁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노동재앙, 국민대재앙을 불러 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이천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전 국민이 지지하고, 전 민중이 함께 하는 투쟁으로 번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으로, 이에 더해 경찰은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시위도 주도했다고 보고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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