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을 찾아…MBC 예능PD 이탈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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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수 PD 등 중국행 …“지상파 독점 구조 무너진 결과”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들이 중국행을 선언했다. 22일 <놀러와>의 신정수 PD, <아빠 어디가>의 강궁 PD, <나 혼자 산다>의 문경태 PD 등 세 명의 MBC 예능PD가 MBC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영희 전 MBC PD가 설립한 중국 현지 제작사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B&R‧Blue Flame & Rice House)에 들어갈 예정이다.

MBC 예능국의 인력 유출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6년 동안 MBC의 중견 예능PD들이 JTBC와 tvN 등의 케이블 방송사로 대거 이적했다. 2011년 종편 채널이 처음 출범할 당시 여운혁, 임정아, 성치경, 김노은, 방현영 PD 등 5명의 MBC 예능PD가 JTBC로 이동했다. 이후 이들은 JTBC를 지상파에 버금가는 ‘예능신대륙’으로 만드는 데에 한몫했다. 여운혁 PD는 JTBC 제작국장 자리에 올라 전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임정아 PD는 <비정상회담>을 제작하여 JTBC 예능을 성공적으로 출발시켰다. 이어 2014년에는 오윤환 PD가 MBC에서 JTBC로 자리를 옮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기획하는 등 JTBC 예능의 명맥을 이어갔다.

▲ 중국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旋风孝子)> 제작발표회 (가운데 김영희 PD) ⓒ화면캡쳐

최근에는 MBC 예능국의 인력 유출이 종편을 넘어 중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4월 MBC의 스타PD였던 김영희 PD가 중국 진출의 첫 문을 열었다. 김 PD는 MBC 간판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을 기획하고 <나는 가수다>를 연출하는 등 29년 간 MBC 예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2012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의 플라잉 PD로 중국과 처음 연을 맺은 후, 2015년 MBC를 나와 중국의 투자를 받은 현지 제작사를 차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작년 여름에는 MBC 예능PD 세 명이 김영희 PD를 따라 중국으로 이적했다. <라디오스타>의 이병혁 PD, <느낌표>를 연출했던 이준규 PD, <무한도전>을 거친 김남호 PD 등이다. 이들은 ‘김영희 사단’을 구축하며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 후난위성TV의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를 제작하고 있다. <폭풍효자> 첫 방송은 중국 전체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신정수, 강궁, 문경태 PD의 중국행에는 이들의 성공적 안착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들은 모두 더 큰 기회가 보장돼 있는 곳을 찾아 MBC를 떠났다. 신정수 PD는 “(중국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이 일어나서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서구의 할리우드 시장에 맞서 아시아의 콘텐츠 시장이 될 수 있는 곳이 중국이겠구나”라는 생각에 중국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 중국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旋风孝子 )> ⓒ화면캡쳐

MBC 내부는 이번 인력 유출에 대해 동요는 없는 상태다. 지난해 김영희 PD 퇴사 당시 추가 이탈이 예상되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MBC 한 예능 PD는 "이런 일이 이제 처음도 아니기 때문에 사기가 꺾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당장 제작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어차피 메인 프로그램은 차질 없이 잘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동안 MBC 예능국의 이탈이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김재철 전 사장 이후 빚어진 제작자율성 침해 등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지상파의 경쟁력 하락과 독점 구조 해소에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1년 종편 채널이 들어서고 CJ E&M 등의 케이블 방송사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면서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시장’이 무너졌고, 이러한 경쟁구도 속에서 제작 인력의 이동은 예견된 일이다. 거대 자본과 무한한 기회의 제공을 앞세운 중국 시장까지 열리고 있으니 앞으로 지상파 PD들의 인력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이건 시장의 매커니즘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지상파 3사가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MBC 한 예능 PD는 “MBC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편성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어려움이 있다”며 “더 큰 시장이 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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