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방송]KBS ‘KBS스페셜-나무, 마음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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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KBS스페셜-나무, 마음을 담다’ ⓒKBS

▲KBS ‘KBS스페셜-나무, 마음을 담다’ / 3일 오후 10시

[한국人, 마음의 무늬] 

◆ 휠지언정 꺾이지 않는 ‘왕버들’의 선비정신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어떤 바람에도 꺾이지 않은 왕버들은 그 옛날 어지러운 시대상황 속에서도 절개를 지켰던 이들의 올곧은 정신을 품고 있다. 수령 450여 년 된 충효동 왕버들 군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김덕령 장군이 태어났을 때 심어졌다고 해 ‘김덕령 나무’로 불린다. 역모의 누명을 쓰고 옥중에서 목숨을 잃은 김덕령 장군은 이후 누명을 벗게 되고, 1789년 정조는 김덕령 장군의 충을 기리는 비를 마을 앞에 세운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였던 충재 권벌이 기묘사화 때 속세의 난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와 조성한 정자인 청암정, 이곳엔 수령 400년 된 왕버들이 연못 바닥에 길게 몸을 낮춘 형상을 하고 있다. 풍상의 세월 속에서도 정의를 꿈꿨던 장군과 선비의 마음처럼 왕버들은 눈, 비, 바람이 몸을 스쳐도 결코 부러지지 않았다. 왕버들의 굴곡진 형상은 풍상의 세월 속에서 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표현하지만,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나무는 절개를 지킨 강인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 마을 공동체의 중심, 당산나무
 음력 정월 14일 밤, 화순 야사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거목 앞으로 모였다. 매년 이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미리 장만해둔 제물을 손수레에 싣고, 새끼를 꼬아 금줄을 친 당산나무 아래에서 제를 지낸다. ‘성종 연간(1469-1494)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에 따르면, 야사마을 당산제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마을의 큰 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야사마을 사람들은 당산나무가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믿고, 나라의 재변을 미리 울음소리로 알려준다고 여겨왔다. 나무의 형태를 보면 그 나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사람들이 나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박찬수 목조각장이 당산나무 고목 속에서 발견한 동전, 금줄을 걸기 위해 사용한 못 등은 옛 민초들이 나무에 전했던 염원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온 신목, 그리고 그 곁에서 새해의 풍작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해온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다.

◆ 소나무가 이어주는 과거와 현재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아기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매달은 금줄을 걸었고, 소나무로 만든 가구와 집을 사용하고, 소나무 땔감으로 밥을 지었다. 그러다 죽으면 소나무 관에 들어가 솔밭에 묻혔다고 얘기할 만큼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무이다. 강원도 영월에는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다리가 있다. 물푸레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로 골격을 만든 후 솔가지로 상판을 덮은 섶다리이다. 겨울철 사람들의 다리가 되어 산과 산,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소나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소나무는 때론 눈물을 보듬는 말동무가 되었다. 수령 600년 된 관음송은 그 옛날 어린 단종의 눈물을 들으며 함께 울었다고 전해진다.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임금이 걸터앉아 마음을 달랬을 소나무는 지금도 누군가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 오래된 집, 나무가 지켜온 노블리스 오블리제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쌓여간다. 한자리를 고즈넉하게 지켜온 노목은 사람보다 먼저 땅에 자리 잡아,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가기에 그 곁엔 언제나 몇 대(代)에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나무의 나이테엔 나무의 인생만 새겨져 있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의 인생도 함께 들어있다. 충남 논산 명재고택에선 수령 4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줬고, 충남 아산 맹사성 고택에선 수령 600여 년 된 은행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사람들과 나누었다.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살아가는 후손들은 수령 300여 년 된 서어나무 곁에서 당시 나눔을 담아냈던 나무뒤주를 대대로 지키며 타인능해의 삶을 전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지켜 다음 세대에 전해주려는 사람들의 지혜로운 수고 속에서 나무는 더불어 살아간다. 바람과 햇살 아래 수많은 생명을 품어온 나무에게서 박찬수 목조각장은 어떠한 마음을 찾아내 작품으로 완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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