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가는 공천? 막장으로 가는 정치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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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의 ‘톡톡’ 미디어 수다방] 보수언론은 물의 빚은 언론인부터 ‘컷오프’ 시켜라!

“동료 최고위원을 향해 ‘공갈이나 친다’며 당을 헤집어놓고 여당을 향해서도 틈만 나면 막말을 퍼부어 국회와 국회의원의 격(格)을 떨어뜨린 정청래 의원 같은 사람은 왜 남겨두었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2월25일자 사설 <더민주 현역 10명 물갈이, 상습적 막말 의원은 왜 빠졌나> 가운데 일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1차 ‘컷오프’에서 현역 의원 10명이 포함된 것을 거론하며 ‘왜 정청래 의원은 빠졌는지’를 질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해당 사설에서 공천배제를 대놓고(?) 요구한 정치인은 정청래 의원이 유일하다. 정 의원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면 나름 이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정 의원은 ‘그런 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청래 공천배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조선일보> 사설이 이례적인 이유다. <조선일보>와 종편의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집요한 ‘비난 보도’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영향을 미쳤던 걸까. 정청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 <조선일보> 2월 25일자 사설 ⓒ조선일보

특정 정치인 공천 배제를 주장하는 보수언론의 기준은 무엇인가

“친노 세력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은 정밀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아 컷오프에서 아예 빠졌다 … 이 의원을 빼놓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목을 잡았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어불성설이다.”

<동아일보> 3월11일자 사설 <김종인 개혁, 이해찬 빼놓고 ‘친노 패권’ 청산 어림없다> 가운데 일부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공천배제를 요구했던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될 걸 보고 영향을 받았던 걸까?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해찬 의원의 공천배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는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 시킬 것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은 정치를 왜곡시켜 온 친노와 운동권 세력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강조했다.

공천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정당을 향해 언론이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며 공천배제를 요구한 걸 어떻게 봐야 할까. 만약 해당 정치인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보수언론에 비판적이고, 보수언론 시각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에 대한 배제를 주장했다면? 그것은 ‘그들의 언론자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공정한 언론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은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친노 공천배제? 그렇다면 친박이나 비박 공천배제는 어떤가?

▲ 홍창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총선 경선 단수지역 및 2차 컷오프(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한 후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조선일보> <동아일보> 정도는 아니지만 <중앙일보> 역시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3월11일자 사설 <제1 야당 물갈이 잘 했지만 더 과감해야>에서 이종걸, 홍익표, 김경협, 유승희 의원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이 공천을 받거나 경선 기회를 얻은 점을 문제 삼았다. <중앙일보>는 이들 의원들이 이른바 ‘막말 논란’ 등으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백 번을 양보해 <중앙일보>가 주장한 것처럼 ‘막말 논란’이 공천 배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런 기준을 더불어민주당에게만 적용할 뿐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적용하진 않는다.

이들 보수신문은 정청래, 이해찬, 이종걸, 홍익표, 김경협, 유승희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공천 탈락’을 대놓고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 실명을 언급하며 ‘000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한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에서도 ‘막말’이라면 1-2위를 다투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조중동의 안테나는 항상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향해 있다. 조중동이 생각하는 ‘막말’은 과연 어떤 종류를 말하는 걸까.

재밌는(?) 건, ‘친노 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조중동이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선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며 최경환 의원 공천배제를 요구한 걸 보았는가. <조선일보>가 청와대가 내려 보낸 이른바 ‘진박 후보’ 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공천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았는가.

3월11일자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러 명의 실명을 언급하며 ‘공천 배제’를 압박한 <중앙일보>. 같은 사설에서 새누리당을 향해 “편안한 기득권에 갇혀 의원직을 즐기는 데에만 몰두한 ‘웰빙 의원’도 교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웰빙 의원’이 누군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웰빙 의원’만 문제인가. 막말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왜 실명으로 ‘공천배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걸까. 이래도 되는 것인지 <중앙일보>에 묻고 싶다.

▲ <중앙일보> 3월 11일자 '사설' ⓒ중앙일보

음주 운전으로 물의 빚은 언론인부터 ‘컷오프’ 시켜라!

조중동은 ‘진박 후보논란’과 ‘대통령의 TK방문’을 비판한 적은 있어도 특정 의원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을 공천배제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거의 없다. 최근 ‘욕설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 정도만이 유일하다. 이들 신문의 더불어민주당 특정 정치인 공천배제와 특정계파 청산 요구가 얼마나 정파적인지 상징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친노 공천배제’를 요구하는 조중동이 문제라는 얘기인 걸까? 아니다. ‘친노 패권주의’(실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를 비판하며 친노 핵심의원 공천배제를 요구하는 언론이라면 같은 기준을 적용해 ‘친박 패권주의’와 ‘친박 핵심인사’에 대한 공천배제를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조중동은 ‘친노’에 대해서는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친박’에 대해서는 ‘공자님 말씀과 같은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비판’만 하고 있다. ‘친노 비판’이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조중동의 ‘기준’이 문제라는 얘기다.

특히 <조선일보>는 야당 정치인 ‘컷오프’를 주장하기 전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언론인부터 ‘컷오프’ 시키는 게 순서 아닐까. 만취상태에서 4중 추돌사고를 낸 종편의 한 간부가 여전히 간부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해당 간부가 <조선일보>에 여전히(!) 칼럼을 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 특히 이 간부가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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