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안은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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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커스] 팩트체크, 근본적 방지책 될 수 없어…저널리즘 발전 의의

두 차례 대선토론이 끝나고 후보자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온 각종 발언들이 그대로 뉴스가 됐다. 많은 이들이 ‘홍준표 세탁기’, ‘문재인 주적’에 주목하는 그때, 일각에서는 후보자 발언 하나하나에 대한 ‘팩트체크’가 이어졌다.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Fake news)’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언론 각계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가짜뉴스는 그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아직 학계에서조차 논란이 많다. 대체적으로는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허위의 사실관계를, 허위임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 형식을 차용해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엄밀히 말해 가짜뉴스가 새로 생긴 현상은 아니다. 일부 언론학자의 말대로 신라시대 ‘서동요’와 같은 ‘루머’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가짜뉴스는 SNS,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때로는 신뢰감을 높여주는 뉴스의 형식을 갖춰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6개의 진짜 및 가짜 뉴스에 대한 진실 및 거짓 여부 식별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

최근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섞어 6개의 뉴스를 제시했을 때, 이를 모두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5개 정답, 4개 정답, 3개 정답은 각 12.8%, 29.2%, 38%로 나타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짜뉴스를 진실로 여기는 것은 물론, 진짜뉴스조차 가짜뉴스로 인식한다는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확산되는 ‘팩트체크’…근본적 방지책은 될 수 없어

가짜뉴스에 대한 방지책은 결국 사후 ‘팩트체크’로 모아지고 있다. 각 방송사, 신문사 등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팩트체크 코너가 생겨났다.

JTBC ‘팩트체크’, SBS ‘사실은’ 코너를 필두로 KBS,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시사IN>, <이데일리>, <중앙일보> 등이 ‘팩트체크’라는 말머리를 달고 사람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정보에 대한 검증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밖에도 <노컷뉴스> ‘이거 레알?’, <매일경제> ’팩트체커‘, <문화일보> ‘대선 팩트체킹’, <오마이뉴스> ’오마이팩트‘, <조선일보> ‘디테일추적’, <한겨레> ‘짜판/깨알체크‘, <한국일보> ‘팩트파인더’ 등이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등 학계와 언론계가 협업한 ‘SNU 팩트체크’ 플랫폼이 등장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 더 이상 개별 언론사 단위만으로는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없다는 생각에, 20개 이상의 국내 언론사가 참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 'SNU 팩트체크' 웹사이트 ⓒSNU 팩트체크

SNU 팩트체크 플랫폼에서는 사람들이 헷갈릴만한 뉴스 정보에 대해 제휴 언론사들이 자유롭게 ‘거짓/대체로 거짓/사실 반 거짓 반/대체로 사실/사실’ 등의 5단계로 뉴스를 구분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 사이트(▷링크)에서 제보와 확인이 가능하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이를 제공하고 있다.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언론사 자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다. 하지만 이런 사후적인 노력이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언론사들이 예전부터 늘 제공해왔던 ‘심층기사’ 혹은 ‘기획기사’가 ‘팩트체크’라는 이름하에 똑같이 제공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외, 소셜네트워크 중심 ‘가짜뉴스’ 방지책 마련

가짜뉴스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한 ‘가짜뉴스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은 물론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가짜뉴스 ‘확산’의 근원이 되는 소셜네트워크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 본사는 가짜뉴스로 판정된 콘텐츠에 ‘제3자의 팩트체커에 의한 논란 게시물’이라는 경고 문구를 붙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은 ABC뉴스,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AP, 스노프 등 44개 언론사와 전문가가 협업하는 ‘포인터네트워크’가 맡는다.

구글은 1만 명의 모니터 요원을 활용해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로 했다. 가짜뉴스 게시물을 바로 삭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짜뉴스가 검색어 최상위권에 뜨는 알고리즘은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프랑스에서는 구글 뉴스랩과 16개 프랑스 언론사들이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실시해 이용자들이 신고하는 게시물에 대한 팩트체크를 실시하기로 했다.

유럽은 범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사업자가 더 이상 가짜뉴스를 방관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독일에서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을 삭제하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에 대해 최대 5000만 유로(약 600여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논의 중이고, 영국 의회는 가짜뉴스 등 불법 콘텐츠 삭제를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에 강제할 수 있는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 가짜뉴스 신고 캠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에서도 포털 사업자들이 '팩트체크' 뉴스만을 따로 담는 코너, '가짜뉴스 신고 페이지' 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근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은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포털로 인한 팩트체크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하지만 SNS에서 바이럴이 되고 실시간 검색어에 있어도, 클릭해보면 진짜뉴스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 플러스 친구를 통해 (언론사가) 직접 소통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이어 '카카오톡으로 받은 찌라시 뉴스가 가장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유언비어는 항상 있었왔고 어떻게 유통되느냐의 차이"라며 "모니터링 하라는 얘기도 하는데 현행법상 불가능하고 정서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끊임없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전담반’까지 꾸려 모니터링을 강화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네이버, 페이스북코리아 등의 관계기관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역으로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법안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는 모두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 네이버 대선 뉴스 페이지 ⓒ네이버

SNS 사회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가 강화되면서 가짜뉴스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가짜뉴스에 대한 여러 방지책과 논의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하고, 이것을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통해 언론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찾아 전달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오히려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존재한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SNU 팩트체크’ 출범식에서 “가짜뉴스가 등장해 대중이 뉴스에 대한 자각이 올라간 건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팩트체크에 대한 노력들이) 대선 국면이어서 필요하다기보다는 지속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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