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을 그려내는 두 가지 방식, '유쾌하거나 담담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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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을 그려내는 두 가지 방식, '유쾌하거나 담담하거나'
[현장] 한중일 PD 포럼 in 도쿄...예능 '학과 거북과 나'와 다큐 '섬과 생명을 생각하며'
  • 도쿄=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9.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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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도쿄=구보라 기자] 제17회 한중일 PD 포럼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골에서 노인들과 교류를 해나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 예능과 다큐멘터리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PD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한중일 PD 포럼 2일 차였던 지난 25일 오전 섹션에서는 일본 예능 출품작인 신에쓰 방송 <학과 거북과 나>이 상영됐으며, 오후 섹션에서는 일본 다큐멘터리 출품작인 산요 방송 <섬의 생명을 지켜보며–데시마의 간호사 우타 씨>가 상영됐다. 이번 포럼 주제는 '전원생활-도시와 지방 문제를 생각한다'다.

포럼에 참석한 한국과 중국 PD들은 "두 작품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노인문제가 심각한 한국, 중국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서 좋았다"고 평했다. 시골 마을이 배경으로 하며, 시골에서 노인들과 함께하는 청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연출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학과 거북과 나>는 일본 나가노현 북쪽 끝, 이야마시에 노인들의 사진을 찍어 무료 신문에 싣는 별난 젊은이, 고바야시 나오히로 씨(24)를 중심으로, 그가 맺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과의 관계를 유쾌한 ‘예능’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반면에 <섬의 생명을 지켜보며>는 초고령화를 맞이한 데시마(가가와현 도노쇼초)에서 노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간호사 우타 씨가 섬 노인들의 삶과 죽음을 섬에서 함께하는 모습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 다케마사 카지오 PD가 <학과 거북과 나> 질의 응답 시간에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프로그램 연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학과 거북과 나>를 연출한 다케마사 카지오 PD는 “이야마시라고 해서 과소화가 진행된 지방에서 수상한 일을 하는 젊은이가 있다고 들었다. 그 친구는 굉장히 별나다. 그를 따라다니다 보니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지방 도시, 과소화 현상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다큐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성이 있는 다큐를 찍으려 노력을 했다. 시골, 고령자는 엔터테인먼트의 보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과 거북과 나>에서 주인공을 지지하는 친구는 주인공에게 “우리처럼 고향에 계속 사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시골을 답답하고 후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귀촌한 젊은이가 자신의 고향을 멋지게 소개해 주니 고향을 오히려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고향의 재발견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시골을 새롭게 바라보는 주인공도 밝고 경쾌하지만, 프로그램 전체적 분위기도 밝고 유쾌하다. 

<섬의 생명을 지켜보며>의 히로시 PD는 “과소 지역에서의 한 간호사가 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을 하러 갔다. 그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그런데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많은 걸 경험했다”며 “촬영 세 번째 날 우타 씨가 ‘섬에 있는 사람들은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를 촬영하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일본의 초고령 사회 현상을 그려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상영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임재형 OBS PD는 <학과 거북과 나>에 대해 “젊은 친구가 우리보다 앞선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감정이입을 하며 봤다. 굉장히 인상깊었다. 프로그램이 매우 ‘힙’하다고 느꼈다. 경쾌하고 밝은데,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쾌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 일본 예능 출품작 <학과 거북과 나>. 사진은 작품 상영 중 모습. ⓒPD저널

이에 대해 다케마사 PD는 “처음부터 무조건 즐거운 프로를 만들자고 시작했다. 주인공인 청년을 따라다니다 보니 제가 이제껏 만났던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몇 배나 많은 분들을 만났다. 물론 밝은 분들만 계셨던 건 아니지만, 밝은 분들이 많은 편이었고, 그들을 위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측 PD로부터 ‘<학과 거북과 나> 속 농촌의 모습이 일본 전체를 대변할 수 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케마사 PD는 “물론 이게 모든 일본 노인들의 모습은 아닐 수 있다. 이 지역 자체가 노인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강하고, 어르신들도 활력이 있는 편이다. 고령자에 대해서 분명하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래서 더 이런 작품을 찍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부정적인 것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며 “이 지역에서의 청년과 노인들과의 교류의 모습이 우리에게 큰 힌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과 거북과 나>에 대해 중국 측의 한 PD는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모습 속에서 사랑을 느꼈다”며 “중국도 작품 속 일본처럼 젊은이들이 다 도시로 나간다. 시골에는 정말 외로운 노인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측면만 다룬 작품이 많았다. <학과 거북과 나>를 보며 밝게 그릴 수도 있단 걸 깨달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섬의 생명을 지켜보며>에 대한 한국과 중국 PD들의 주된 평은 “죽음이라는 슬픈 상황도 담담하게 그려낸 연출 방식이 인상적이었다”였다.

이어 프로그램에서 친밀한 제작진과 출연자들과 관련해, 그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해 질문도 두 작품에 모두 쏟아졌다. 이에 대해 다케마사 PD는 “주인공인 고바야시 씨는 흙 묻은 농부복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게 다가가는데, 저랑 취재진도 그 뒤를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래서 나중에서야 저희가 TV 취재진이었단 걸 아실 정도였다”며 자연스럽게 다가갔다고 강조했다.

<섬의 생명을 지켜보며>를 연출한 히로시 PD도 “특별히 한 게 없다. 우타씨가 프로듀서였다. 우리 의도를 알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났다. 우리는 우타 씨를 따라다니며 그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히로시 PD는 "다큐를 통해서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 위기에 처한 일본의 과소지역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해당 진료소가 그대로 존속하게 됐다. 미력하게나마 섬을 위해서 도움을 준 거다. 기쁘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앞으로도 일본의 상황을 다큐를 통해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PD연합회, 중국TV예술가협회, 일본방송인회 주최로 열리는 한중일 PD포럼은 각국의 방송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각국의 대표방송 프로그램 시사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방송인 교류 행사다. 2017년 포럼은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했으며, 한중일 3국의 방송 기획, 연출자 등 방송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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