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사장 "구성원 '갑질' 엄정하게 대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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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 기자회견 "모든 인력 정규직화할 수 없어..전면조사 하겠다"

▲ 최승호 MBC 사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이미나 기자] "그런(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된다는 게 부끄럽고 죄송하기도 하다."

최승호 MBC 사장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 사장은 한국독립PD협회나 한국독립제작사협회 등과 함께 '콘텐츠상생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최 사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방송계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현황을 파악한 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고, 정규직화할 부분이 있다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의 모든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자인한 최승호 사장은 "일단은 비정규직 인력 활용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인사정책을 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 <리얼스토리 눈> 담당 CP의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다. 최승호 사장은 "<리얼스토리 눈> 사건은 현재 감사국이 조사 중인데, 조사가 끝나면 처벌 수위 등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 MBC 구성원이 '갑질'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엄중히 간주하고 다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내부 봉합' 묻는 질문에는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상황"

반면 이날 최승호 사장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170일 파업을 전후해 MBC에 들어온 경력직 직원들과 이른바 '적폐 인사'로 분류된 기존의 직원들에 대해서는 다소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내부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화합이나 포용 등의 이야기를 밖에서는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안에서는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어 최승호 사장은 "(내부) 갈등이 짧은 시간 내에 봉합될 수가 없다. 잠깐의 해프닝 때문에 서로가 오해했고, 다시 만나 사과하고 잊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8년간 벌어진 일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과 PD들이 본업에서 쫓겨났다. 그 상황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구체제의 지시를 따랐던 사람들과 온갖 부당징계를 감수하며 싸워야 했던 사람들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사장은 "만약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과거의 뉴스가 옳은 뉴스였다'고 인식하는 이들도 꽤 있다"며 "이 모두를 어떻게 융합해 하나의 조직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는 단기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털어놨다.

이날 최승호 사장은 향후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해 또 한 번의 인사 개편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달 말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MBC정상화위원회가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MBC정상화위원회는 최 사장이 과거 사장 공모 과정에서 '재건위원회'라는 가칭으로 소개한 조직으로, 지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전 사장 체제에서의 MBC를 돌아보고 '청산과 재건'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승호 사장은 "(경력직 직원의) 상당 부분은 지금 같이 일하고 있지만, 도저히 같은 현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도국의 경우 "새 체제가 주도하는 보도국에서 (경력직 직원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최 사장은 "새로운 인사(개편)을 또 해야 하는 필요성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의사를 물어 다른 부서로 배치가 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최승호 사장은 과거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배현진 기자에 대해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린 과거 MBC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하며 "또 다시 그 분이 뉴스에 출연하거나 뉴스의 중심으로 활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본인이 MBC에서 계속 일하길 원한다면 '어떤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뜻이 있을 수 있는데, 회사의 필요도 감안해 추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무한도전> 포함해 예능 시즌제 도입 검토"

한편 최승호 사장은 콘텐츠 제작비를 135억 원 가량 증액해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편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권료로 119억 원, 러시아 월드컵 중계권료로 487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등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는 과감한 투자다. 최 사장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영 중인 <전생에 웬수들>을 끝으로 5월 중 저녁 일일 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하고, 2월 중 임시 체제로 운영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도 개편할 계획이다. 예능 부문에서도 설 연휴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봄 개편을 목표로 시즌제 예능을 도입한다. 새로 제작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시즌제로 제작되며, <무한도전> 등 기존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도 경우에 따라 시즌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보도 및 시사교양 부문에서는 도올 김용옥의 20분짜리 토론 프로그램 <도올스톱>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배우 김의성이 진행자로 나선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대기하고 있다. 최승호 사장은 <스트레이트>를 두고 "과거 <후 플러스>의 개념에서 진화한 프로그램이다. (이슈를) 1회성으로 보도하지 않고, 연속극 식으로 이후에도 끌고 가면서 (문제의) 뿌리를 뽑는 정말 스트레이트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뉴스데스크>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을 두고도 최 사장은 "어차피 바닥에서 시작하는 상황인데,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면서 스스로를 벼려나가야 한다는 겸허한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적어도 1년 이내에는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뉴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믿음을 기자들에게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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