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김혜인 기자] 정부와 방송사들이 불공정 제작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제작 현장에선 여전히 근로 시간을 '24시간'으로 명시한 계약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공개한 ‘방송프로그램(드라마) 용역계약서’에 따르면 드라마 외주제작사와 방송스태프 간의 계약서는 '24시간 기준 근무', '턴키 계약' 등 제작사에 유리한 조항으로 채워져 있다.
방송스태프 용역계약서를 보면 근무시간을 '24시간 기준'으로 명시해 사실상 하루에 20시간 이상의 초과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근무 기간은 ‘촬영 종료일까지’로 구체적으로 기간을 정하지 않아 제작사가 촬영 일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용역료 산정 기준 없이 총액만을 명시한 턴키(Turn-key) 계약 방식도 문제다. 조명스태프의 계약서를 보면 출장비, 장비사용료, 식비 등의 비용을 모두 용역료에 포함하고 있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아직까지도 대다수 제작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계약서"라며 "턴키 계약 같은 독소조항을 널리 알려 표준근로계약서에 상응하는 정도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은 “정부가 방송제작 현장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조명팀의 턴키 계약 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최악의 계약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우선 적정노동시간, 구성원의 인건비 산정 등 공정한 표준계약서 도입과 함께 궁극적으로 방송스태프 모두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