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몬스터유니온, 3년 만에 예능부문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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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전문 제작사로 재편..."실적 개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인력 이탈도 못 막아"

▲ 몬스터유니온이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 <술로라이프>, <김생민의 영수증>.

[PD저널=이미나 기자] KBS와 KBS계열사가 공동출자한 콘텐츠제작회사 몬스터유니온이 설립 3년만에 예능부문 사업을 철수했다. 설립 당시에는 KBS 지원을 등에 업은 '공룡 제작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KBS와 몬스터유니온 관계자들에 따르면 드라마부문과 예능부문 두 축으로 운영해온 몬스터유니온은 지난해 말 예능부문을 정리했다. 

몬스터유니온에 파견 형식으로 나왔던 KBS PD들도 대다수 복귀했다. 다만 부문장을 맡았던 서수민 PD와 몬스터유니온에서 <최고의 한 방> <거기가 어딘데??>를 연출한 유호진 PD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서수민 PD는 독립해 새로운 제작사를 차릴 것으로 알려졌고, 유호진 PD는 CJ ENM 이적설 등이 나오고 있다. 

몬스터유니온이 3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KBS PD들의 이탈도 막지못하면서 KBS의 실험은 실패로 기우는 분위기다.  

2016년 KBS는 자회사인 KBSN, KBS미디어와 공동출자해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다. KBS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콘텐츠 전문회사를 차려 콘텐츠 경쟁력을 올리고, 내부 인력 유출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몬스터유니온 설립 이후 KBS 안팎에선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2017년 몬스터유니온의 매출액은 156억 원 가량이었지만, 제작비가 이를 상회하면서 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 KBS 고위 관계자는 "소수의 PD들이 몬스터유니온으로 건너갔지만 큰 성과가 없었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설립 당시엔 인력 유출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했겠지만 이 부분에서도 큰 효과는 없었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체제는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양승동 사장도 지난 8월 "몬스터유니온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소통이나 검토가 부족한 채로 출범한 것이 사실이고, 내부적인 갈등과 불신도 있었다. 경영상 적자도 예상이 됐다"고 말했다. 

외주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은 드라마부문과 달리 예능부문은 여전히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비중이 커 몬스터유니온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았다. 인적물적 자원이 KBS를 기반으로 한 탓에 다양한 방송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실제로 그동안 몬스터유니온 예능부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중 KBS 관련 채널에서 방영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스카이TV와 합작한 <술로라이프>가 유일하다.  

예능프로그램은 포맷 수출 말고는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아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착오를 겪은 몬스터유니온은 올해부터 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제작사로 방향을 틀었다.  

몬스터유니온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획과 제작 기능이 결합된 드라마 전문 제작사로 드라마 사업에만 주력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경영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예능 부문이 정리되면서 올해엔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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