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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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뒤늦게 경찰 수사 의뢰했지만 후폭풍 지속...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공정성에 치명타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프로듀스X101' 파이널 무대 화면 갈무리.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프로듀스X101' 파이널 무대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Mnet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 후폭풍이 거세다. 최종회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이 일었을 당시 Mnet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에 Mnet은 사과를 표명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프로듀스X101>은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내세워 팬덤을 형성하고, 화제성을 이어온 만큼 이번 논란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인 시청자와의 신뢰 문제와 직결될 뿐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 시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듀스X101>은 지난 19일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의 유료문자 투표를 진행해 최종순위를 발표했다. 이날 1~20위 연습생의 득표수 사이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면서 방송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1~20위 연습생의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의 배수로, 순위 간 득표 차가 일정하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팬들은 연습생 간 동일한 득표수 차이, 특정 숫자의 조합으로 완성된 득표수 등을 이유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Mnet은 종영 닷새만인 지난 24일 입장을 밝혔다. 최종득표수 집계 및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으나, 최종순위는 변함이 없다는 게 요지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26일 사과를 표명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방송사의 수습에도 시청자들은 ‘프듀X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작진을 고소·고발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프로듀스 48>에서도 동일한 득표수 격차가 발견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프로듀스> 시리즈 전반의 투표 방식 및 결과에 관한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 

시청자 투표와 관련한 잡음은 과거에도 있었다. <프로듀스> 시즌1 당시에는 중복 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시즌2에서는 중국에서 투표 가능한 아이디를 불법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적발되면서 투표가 무효 처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팬들이 투표 조작 의혹으로 방송사를 고발한 만큼 향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공신력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하며 예능의 주류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흥행할수록 참가자의 인성 논란부터 시청자 투표 방식까지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만큼 시청자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투표로 순위를 가리는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참가자의 실력보다 인지도에 따른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방송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가 향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시청자 투표’라는 장치를 고수했다. 시청자가 직접 연습생의 가능성을 보고 데뷔 여부를 100% 결정한다는 ‘국민 프로듀서’의 역할을 앞세운 <프로듀스> 시리즈가 정점을 찍은 셈이다. 

이번 투표 조작 논란은 그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향해 쏟아졌던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시청자들이 투표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팬덤을 형성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오지만, 투표를 통해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받았다. 

방송사 입장에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팬덤 형성이 쉽고, 해외 팬덤에게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다. <프로듀스> 시리즈도 아이돌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넘어 직간접적인 수익을 챙겨왔다. 이 와중에 나온 투표 조작 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와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아예 시리즈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방송사들이 시청자 참여가 불가피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시청자 참여만 독려할 게 아니라 참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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