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여전히 존재하는 목적과 목표들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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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여전히 존재하는 목적과 목표들의 괴리
이상출(KBS TV 1국)
  • 승인 199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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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2년만에 제작현장에 돌아오니 모든 tv가 mtv화 했더군요. 그리고 여전히 유능하고 좋은 pd가 뭔지 몰라 훌륭한 한 pd가 되지 못함에 아쉬워하며,... 그러나 나쁜 pd는 아닐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그를 작은 목표로 삼으며...
|contsmark1|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레 변해서 불안하고 당황스러기만 한 시절이라고 야단이던 인터넷의 한국언론들. 진심이야 어떻든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사태를 몰고 온 주범의 하나라는 자뢰감" 운운하는 "하지 말아야 할 변명"을 입에 올리는 많은 해외연수, 유학생의 하나로 귀국한 게 지난 2월 중순, 공부와는 별도로, 2년여 공백기가 확인시켜준 사실들이 있습니다.
|contsmark2| 걱정스런 말들에 스며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 속에서도 여전한 소비행태 등 의식의 전환은 보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우리 방송계에서도 목적과 그 하위 개념이라 할 여러 목표들간의 불일치가 과거와 다름이 없다는 걸 감히 지적한다면 너무 건방을 떠는 건 아닌지...
|contsmark3| 먼저 외국이라는 불충분한 전제에서 끌어낸 결론 하납니다. 제가 뒤늦은 공부를 시작할 때, 담당 미국인 노교수 왈, "10년 경력의 전문 직업인이 학교에서, 그것도 환경이 다른데 뭘 배우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학교공부가 무익하다기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더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었겠죠. 그 뒤 전체과정을 마쳐 갈 무렵 "imf사태"가 터져 많은 한국 연수생들이 철수를 할 때 미국 교수들의 지적이 더 따끔했습니다.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지난 70년대 석유위기로 닥친 극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호황기의 2배에 가까운 해외연수를 한 걸로 아는데..." 하며 웃는 눈빛이 조소였는지 안타까움이었는지...(일본은 그 때 기업의 연구개발비도 더 투자했다고 합디다)물론 이 사례가 오늘의 우리에게 부합될지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당장의 사정이 어렵다고 일러에 연수생들을 소환하는 걸 보면 그동안 "왜 연수를 시켜왔는지" "그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또 "그 목적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겠지요. 즉 그들 눈엔 한국은 돈이 남아서 선심 쓰듯 불필요한 해외연수를 시켜준 것으로 밖에요. 귀국해보니 들불 같이 타올랐다던 "금 모으기 운동"이 잠잠(?)해졌더군요. 이 "운동"의 목적은 국민의 의식환기와 사회통합일 터인데. 그 과정에 목표로 해야 할(정말 기대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부유층의 참여를 얼마나 이뤘는지, 정말 그 금을 모아 외채를 갚는데 쓸려고 했던 것인지 등 등 궁금한 게 많더군요. 이 행사 자체가 나빴다는 게 아닙니다. 본래의 온전한 목적에 비추어 우선, 그 금을 그대로 내다 팔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던데...
|contsmark4| 제가 일방통행의 길을 걸으면서도 양쪽을 두리번거리는 비관론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부터 우리가 지향해야 한다는 시장경제도 어떤 모습이 될지 두렵습니다. 분명히 과거와는 다를텐데, 새삼 "과거를 모르고서는 역사의 진보가 있을 수 없다"는 벤야민의 말을 되새기게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귀국 후 이삿짐을 풀면서 본 5년 전 신문의 칼럼. 우리네의 현실을 지적한 어느 선배의 자성이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갖가지 사회의 흐름과 변화를 과장 혹은 묻어버리면서 허위 의식을 양산해왔고 드디어는 언론 자신이 거기에 매몰된 현실" 오늘의 상황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없는 지적 아닙니까?
|contsmark5| 묻혀 버린, 때론 악화된 해묵은 논란거리들도 있더군요. 대표적인게 pd가 무용수와 계산기의 잡종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외람되지만, 방송이 마치 시청률이라는 계산기에 온통 머리를 점렴당한 채, 그 단순 계산법에 따라 춤추는 3류 무용수의 곡예와 같은 게 많다는 인상입니다. 모든 "문화산업"이 그러하듯 방송도, 거칠게나마,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수도권 297가구, 그것도 피조사자가 일일이 입력 단추를 눌러야 기록되는 현행 시청률 조사결과에 방송의 모든 목표를 걸어도 되는지... 물론 참고는 될 수 있겠으나 거기에 매몰돼, 훌륭한 pd로서 갖춰야 할 현명함과 시청자의 진실한 친구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요? "시청률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뭐가 가능하냐?고 물으시면 저 또한 대안이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만...
|contsmark6|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마다 왜 mt적 기법을 쓰는지" 어떤 기준에서 모든 커트를 분절해야 하고, 마구 카메라를 흔들어야 하고, 또 이상한 샷을 써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져야 했던 시대적 배경이 무엇인지 아둔한 탓인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기술 발전이 반드시 인류의 진보, 특히 커뮤니케이션 발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contsmark7| (pd의 보급이, tv가 조성한 사람간 대화의 단절을 더욱 가속화 시킨다는 사례에서 보듯) 그와 약간 괘를 달리 하지만, 우리가 발달된 영상제작기술로 내용 없는 공허한 프로그램들을 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이가 뿌리 없는 욕망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contsmark8|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더 유능한 pd를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허상 즉 근거 없는 시장논리라는 또 다른 거품을 좇으라는 건 아닌지... 하여튼 흔히 "머리엔 별게 없으면서 그걸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자가 언론인"이라는 세간의 풍자가 들어 맞는 일은 없어야죠.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자세로서 "진리는 단순한 것"이라는 충고를 선배들로부터 들어온터지만 이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니, 이는 우리 사회의 언론인 또는 문화산업자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낮추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도 합니다.
|contsmark9| 엊그제 신문에도 나왔지요. 영국에서 30여만 노숙자를 위해 천오백억이란 돈을 지출할 작정이랍니다. 수백만 실업의 후유증에다 당시 수상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 방송들에서 그런 참모습이 본격적으로 그려지진 않은 것 같더군요. 멕시코는 그 때문에 치아파스 농민 반군까지 일어났다고 하던데.. 물론 모든 측면이 아닌 어느 특정 부분만을 담고자 의도했는지도 모르겠으나,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효율적 생산을 통해 고른 복지를 제공한다는 경제의 목적을 전제로 한다면 문제가 떠오를 겁니다. 그렇다면 그 작은 목표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contsmark10| 참고로 소개 드리자면, 물질적 풍요 속에서 미국의 경제운용방식의 우월성을 강의하던 미국교슈들이 늘 부러워하던 게 있었지요. 바로 한국의 오랜 역사와 공공분야의 공기업의 효율성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효율성이란 단순한 생산성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공성이란 목적에 충실한가 즉 사경제의 폐해와 공기업의 단순경제성의 비효율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정규과목에서 한 교수는 한국의 통신분야 공기업이 제3세계가 추구해야 할 모델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과대평가는 있다고 봐야죠) 그런데 소심한 제게 쓸데 없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제작 현장에서 떠나 있을 때, 역시 인터넷을 통해 영국의 다이아나 전 왕세자비 사망에 즈음한 특집을 각 방송사에서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논리비약이 되겠습니다만, 왜 우리 나라 젊은 가수(그룹)에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영어가 많아졌는지 짐작되더군요. 우리 방송계가 그런 상황을 수용하고 또 선택했다고 보면, 저와는 아주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 추세 속에서 한국은 한참 성장중인 아이와 같은 존재로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현재 어떤 아이인가에 의해 평가 된다고 봅니다. 아무튼 이 어려운 시기, 우리의 선배들은 때때로 당신들께서 성장할 때 갖지 못했던 것을 자녀들에게 주려고 애쓰면서도 막상 당시 당신이 가졌던 좋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데는 소홀히 하지 않으셨나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그 그 같은 목적과 훌륭한 목표들을 저희 후배들과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contsmark11|이상출pd는 지난 96년 3월 미국으로 건너가 그해 8월부터 97년 12월까지 미시간주립대 커뮤니케이션 대학 정보통신학과 석사과정에서 "방송 및 멀티미디어 경영분야"를 공부하고 돌아왔다<편집자> |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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