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대신 ‘대기업 소유 제한’ 풀어달라 요구한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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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대주주 교체 전에 ‘10조원 규제’ 개정해야”...“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괴” 비판 이어져
방통위 "규정 개정 검토할 시기됐지만....공감대 형성돼야"
 

서울 목동 SBS. ⓒPD저널
서울 목동 SBS. ⓒPD저널

[PD저널=박수선 기자] SBS가 매각설을 부인하면서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규제 개선 필요성을 피력한 것을 두고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방송사가 대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며 ‘대리 방어전’에 나선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당초 “10조원 규제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태영건설이 최근 ‘SBS 매각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SBS까지 규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대주주와 사측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4일 SBS는 ‘태영건설이 공시를 통해 SBS 매각을 공식화했다’는 노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대기업 소유 제한’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SBS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은 그룹 자산 총액이 5월 기준으로 9조 7천억원을 넘어 ‘10조원 돌파’가 코앞에 다가왔다. 방송법령에서 정한 ‘자산총계 10조 이상 기업의 방송사업자 주식 및 지분의 100분의 10 초과 보유 금지’ 준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정 문제와 관련한 대주주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사전심사를 받으면서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악속했다. 

이후 태영건설은 지난 11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소유 제한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해)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으나 태영기업집단의 자산 증가로 인해 방송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SBS 매각 가능성’ 명시에 SBS 내부에선 “대주주가 토사구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매각설의 진원지는 노조”라고 반박한 SBS는 한발 더 나아가 방송법령 개정을 꺼내들었다. 

SBS는 “국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면서 “태영의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 방송법에 저촉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경우 방송법 시행령의 10조원이라는 제한을 높이거나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법 시행령 10조원 기준으로 기존 민영방송 대주주들이 교체되어 종사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시장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기준 변화나 예외 규정 신설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를 두고 대주주의 이해가 걸린 ‘소유 제한’ 규제를 SBS가 요구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0조 규제는 주주의 소유에 대한 규제로 윤석민 회장이든 태영건설이든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윤 회장의 민원 해결을 위해 SBS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문제적 사고가 아니고서는 노동조합까지 대주주 수발을 들라는 논리는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도 26일 성명을 내고 “윤석민 회장도 아닌 SBS 사측이 나서서 10조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윤 회장 측이 주장해 온 것과 달리 SBS의 소유와 경영이 전혀 분리돼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10조원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 자체도 거대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송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필수 규제의 허들을 낮춰 건설자본에 특혜를 달라는 어이없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특정 자본에 대한 특혜적 규제 완화는 단호히 거부하고 그간의 방송사유화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도덕하고 편-탈법적인 건설자본의 방송지배 행태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TY홀딩스 전환으로 인한 태영건설과 윤석민 회장의 사전승인 조건 이행 여부를 성실히 감독하고 SBS 재허가에 철저히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논의 시기나 구체적인 방향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0조 규제’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기준과 연관되어 있고 전반적인 공감대도 있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는 검토할 때가 됐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검토할 사안도 아니라서 논의를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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