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공의 그늘, 아이돌 ‘마음의 병’ 돌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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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평가와 양보 없는 경쟁 환경에 놓인 아이돌 
연습생 극히 일부만 '고생 끝에 낙'...기획사 멘탈 관리 중요성 커져

2019년 6월 15일 스톡홀름 콘서트홀 뮤지칼리스카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콘서트에서 걸그룹 AOA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뉴시스
2019년 6월 15일 스톡홀름 콘서트홀 뮤지칼리스카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콘서트에서 걸그룹 AOA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뉴시스

[PD저널=허항 MBC PD]  얼마 전, 모 걸그룹에서 탈퇴한 한 멤버가 본인이 속했던 그룹의 리더를 SNS로 저격한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연습생일 때부터 활동기간까지 자그마치 10여년 간, 리더로부터 인격적 모욕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폭로문에서는, 글을 쓰고 있는 이의 폭발할 듯한 분노와 위태로운 멘탈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상처가 곪고 곪아 한꺼번에 터진 것임을 직감케 했다. 결국 저격 대상인 리더는 그룹 탈퇴는 물론 연예인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해당 기획사도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피해 멤버의 위태로워 보이는 멘탈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많은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몇 장의 폭로문으로, 그 멤버의 지난 10년을 온전히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멤버가 스스로 앓고 있다 이야기한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를 호소했던 또 다른 아이돌들의 이름이 떠오르면서 마음의 병을 억지로 참고 활동 중인 아이돌은 없을지 걱정이 문득 든다. 

10대초부터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간의 연습생 기간 동안 아이돌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한다.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교생활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일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청소년기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데뷔 이후에도 대중이 접하는 것은 완벽하게 포장되어 무대 위에 오르는 모습일 뿐, 아이돌들의 무대 뒤 실제 모습은 알 수 없다. 

이제는 많은 기획사들이 전문가를 고용해 아이돌 연습생들의 교육공백을 메우고 멘탈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획사는 정규 학교와는 달리 경제적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연습생의 내면 상태를 세세하게 케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과 학교로부터 멀어진 채 기획사의 경제적 논리 안에서 키워지는 아이돌은 그룹 내에서, 방송사에서, 팬 커뮤니티 등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갈 것이다. 적나라한 평가와 양보 없는 경쟁으로 점철된 환경은 그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물론이다. 불안한 마음상태를 호소하는 아이돌이 늘어가는 현실을 보면, 그들이 접하는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다 큰 성인들도 힘들어하는 경쟁 사회에 어린 나이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결국 돈을 많이 버니까 괜찮지 않느냐고. 그만큼 누리는 게 많으니 남들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고생 끝에 낙이 와서 큰 호사를 누리는 아이돌의 수는 극히 일부이다.

이번에 폭로를 감행한 아이돌은 다소 많은 팬 층을 보유한 걸그룹에 소속되었던 멤버다. 그래서 많은 팬들과 네티즌들의 응원이 있었고 뉴스 이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뜨지 못한’ 아이돌이 이런 문제를 겪었다면, 오롯이 혼자 그 아픔을 감당해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은 점점 곪아 들어가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아이돌이이 키워지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입장으로서, 아이돌 육성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섣불리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겉잡을 수없이 빨라진 아이돌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게 아이돌 연습생들의 멘탈을 케어해주는 방법들도 만들어져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재능을 이용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들과 조금 더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오래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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