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 드라마 가능성 보여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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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휴먼SF 장르 내세워 ‘시간여행’ 흡입력 있게 전개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SF 드라마가 국내에 안착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출판계에서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비롯해 SF 장르물이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에서도 본격적으로 SF 드라마를 제작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MBC는 지난달 14일부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SF앤솔러지 시리즈 <SF8>를 선보이고 있는데,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재난 등 뉴스에서나 볼 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청자의 호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전개가 시청자의 이해도를 떨어뜨리거나 이질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지난달 28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앨리스>는 난해한 개념인 ‘평행세계’를 다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초반부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방송계에서 미니시리즈 주요 장르는 ‘로맨스물’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로맨스물, 범죄추리물, 판타지물에 SF 요소를 결합한 복합장르물이 쏟아졌다. ‘타임슬립’이 대표적이다. 최근작으로는 <내일 그대와>, <호텔 델루나>, <어쩌다 발견한 하루>, <라이프 온 마스>, <시그널>, <명불허전> 등이 ‘타임슬립’을 차용했다.

낯선 소재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가져온 경우도 잦아졌다. <너도 인간이니?>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재벌가의 권력전쟁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클: 두 개의 세계>에서는 일반지구와 스마트지구를 무대로 극을 전개했다. 최근엔 인물이 시공간을 이동하거나 미래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데서 ‘평행세계’까지 확장됐다. 올해 방영된 SBS<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로맨스 판타지를 그려냈다.

<앨리스>도 유사하게 ‘평행세계’를 극의 핵심장치로 삼고 있다. <더 킹: 영원의 군주>가 다소 세계관이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은 데 반해 <앨리스>는 난해하다는 반응을 찾기 어렵다. 드라마의 방식이 ‘평행세계’가 작동하는 규칙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동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 2050년에서 1992년으로 온 박선영(김희선)은 임신 사실을 알고 방사능 웜홀을 통해 미래로 돌아가는 대신 출산을 선택한다. 박선영이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해 살해를 당한 뒤 아들 박진겸(주원)은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다. 박진겸은 엄마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엄마와 빼닮은 물리학자 윤태이와 만난 데 이어 미래인이 일으킨 범죄 사건을 마주하면서 시간여행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시간 여행자 박진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진 구성도 시청자들이 무리 없이 평행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앨리스> 시청률은 6.1%로 시작해 지난 5일 방송에서는 10.6%(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껑충 뛰어오르며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박진겸의 고군분투를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데 이어 앞으로는 평행세계를 둘러싼 ‘떡밥’이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방송에서 박진겸은 엄마의 살해 용의자와 닮은 석오원(최원영) 카이퍼 첨단과학연구소 소장을 만나며 대립각을 세웠다. 석오원이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뀔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에 던지고, 박진겸이 엄마가 목숨을 잃었던 2010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박진겸, 박선영, 윤태이, 석오원을 비롯해 미래인과의 힘겨루기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SF 요소를 활용한 드라마는 초반부에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도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 문명과 근미래사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의 산업적 측면에서도 콘텐츠 유통의 활로가 될 수도 있다. 국내 현실이나 정서를 반영한 드라마의 경우 문화 차이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창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의 힘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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