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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8 11:10
  • 수정 2021.05.13 16:45

웨이브 대표 “'토종 OTT' 프레임 불편해...서비스로 경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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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격하는 웨이브, 내년부터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 계획
이태현 대표 "복수구매 시대, 웨이브 필수 OTT될 것"
"회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산업 발전 촉매제 됐으면"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헌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TV를 제치고 스마트폰이 필수 매체가 된 시대에 OTT는 가장 각광받는 시장이다. 넷플릭스를 선두로 국내외 사업자가 뛰어든 국내 OTT 시장은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연합법인으로 출범한 웨이브는 지난 1년 동안 고군분투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넷플릭스와 거리를 좁히진 못했다. 
  
웨이브는 지난달 28일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에 비해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면서 내년부터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통해 2024년에는 코스닥 상장, 유료가입자 500만~60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웨이브의 기반을 닦고 이끈 이태현 대표는 소용돌이치는 콘텐츠 시장의 한복판에서 변화의 속도를 체감했다. 지난 5일 만난 이태현 대표는 “1년 5개월 정도 지났는데 5년 이상 지난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현재 웨이브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388만명으로 넷플릭스(756만명)의 절반 수준. 멀찌감치 앞선 넷플릭스를 추격하면서 CJ ENM와 JTBC 합작법인 OTT로 설립이 추진 중인 ‘티빙’과의 진검승부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위 자리도 불안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대표는 국수주의를 자극하는 ‘토종 OTT’라는 표현이 “불편하다”면서 “서비스 자체로 경쟁하겠다”고 선두 탈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감은 콘텐츠에서 나왔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의 콘텐츠가 매주 차곡차곡 쌓이는 라이브러리는 웨이브의 최대 강점이다. 웨이브가 투자하고 선공개한 <SF8> <좀비탐정>등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OTT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관건이다. 이 대표는 “독점으로 공개하는 퓨어 오리지널 콘텐츠가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수백원대가 투입되는 대작 제작에 대해서도 “스토리와 시점이 배팅할만하다는 확신이 서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세운 OTT로서 국내 OTT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겁다. KBS 교양PD 출신인 이 대표는 KBS에서 편성정책부장, 콘텐츠사업국장 등을 지냈다. 

그는 “민간기업 OTT와 달리 웨이브의 주주는 라이센스를 받은 지상파 사업자와 통신사”라면서 “주주들과 4차 산업시대에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에 앞장선다는 암묵적인 동의와 합의가 있었다. 회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산업 발전의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헌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웨이브 사무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헌

-지난 9월 ‘웨이브’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대표로서 지난 1년은 어땠나. 

“작년 5월 15일 '푹' 대표로 취임해 통합법인 ‘웨이브’를 준비했고, 얼마 전에 웨이브가 1년이 됐으니까 1년 5개월 정도 됐다. 방송사에 있을 때는 조연출 시절과 프로그램 연출을 맡을 때 시간이 가장 빨리 갔다. 인생에서 세 번째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1년 5개월 정도 지났는데, 5년 이상 지난 것 같다. 변화가 빠른 시장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OTT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ICT와 자본시장까지 연관되어 있어 도전적인 시장이다."  

-OTT는 TV와 다르게 이용자의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다. 가입과 이용시간, 이탈 등의 데이터를 보면 이용자들은 웨이브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

“아무래도 좋은 드라마나 예능, 신선한 해외 시리즈가 있으면 인입이 된다. 레귤러한 프로그램은 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OTT는 홈미디어와 다르게 공간적인 제약이 없기 때문에 확실히 이용자의 소비 패턴이 다르다. VOD를 보겠다는 것은 내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강의실, 커피숍 등 집밖에선 OTT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좀 더 데이터가 쌓이면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 질 것 같다."  

-가입과 해지가 자유로운 OTT의 특성은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땐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지가 매출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탈률 증가는 재무 구조에 좋지 않지만 기업의 성장 측면에서 보면 중요한 수치는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지가 자유로운 것은 정말 필요하다.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OTT 이용자가 늘면서 2개 이상의 OTT를 구매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복수 구매를 한다고 해도 요금이 2만원 이내다. 계정을 공유하면 개인이 지불하는 요금은 더욱 낮아진다. 복수구매 시대에 방송 콘텐츠의 60%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웨이브는 필수적인 OTT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에는 디즈니 플러스와 HBO 등이 제작하는 콘텐츠들이 빠져있다. 좋은 IP 홀더들이 빠진 넷플릭스만으로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해외 시리즈를 포함한 콘텐츠 확보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똑같은 콘텐츠를 늘어놓아서는 경쟁력이 없다. 경쟁 사업자 OTT에는 없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도 능력이다. 사업팀과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해외 사이트나 트레일러 영상 등을 찾아보고, 다양한 조사를 한다. 웨이브는 해외 시리즈를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싱하는데, 수수료를 절감할 뿐 아니라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장점도 있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

-각 OTT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회원 가입 증가에 오리지널 콘텐츠가 얼마나 작용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전액 투자한 <녹두전>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고,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등도 유입을 견인했다. 선공개한 콘텐츠 중에는 <꼰대 인턴> <SF8> <좀비 탐정> 등이 인입에 촉매재가 됐다. <SF8>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작품처럼 화려한 CG가 돋보이진 않지만, 스토리로 승부한 작품이다. 실제 커뮤니티 평도 좋았고, 유저들 사이에 바이럴도 좋은 편이었다." 

-웨이브가 선공개하고 이후 방송사들이 내보낸 오리지널 작품들의 시청률이 그리 높진 않았다.  

“채널 편성의 주안점은 시간대다. 요일, 시간대에 따라 시청자와의 접점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시청률이 낮다는 건 프로그램 경쟁력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소구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편성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시청률과 OTT 이용률이 비례할 수도 있지만,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난해 방송된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시청률이 높진 않았는데, 웨이브에선 반향이 엄청났다. 미공개 클립 영상이 올라오면 서버가 과부하가 걸릴 정도였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는 콘텐츠를 TV와 웨이브‧티빙 등의 OTT로 함께 보는 코드 쉐어링 상태다. 숏클립 영상 같은 경우 유튜브와 포털에도 모두 공급되니까 독점력이 강하진 않다.  OTT 콘텐츠가 ‘신선하지 않다’는 이미지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로컬 OTT 사업자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싱해서 안정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아주 특색있거나 경쟁력을 갖춘 오리지널 2~4개가 필요한 것이다." 

-매력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퓨어 오리지널’ 콘텐츠가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리지널에 많은 자본과 스타 작가, 배우를 투입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라고 본다. 신인 작가와 감독의 작품도 잘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시장을 흔드는 블록버스터와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주제와 소재로 중소 규모의 변별력 있는 작품 제작을 모두 지향해야 한다."   
 
-수백억원대 자본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제작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스토리와 시점이 배팅할만하다면 한다. 300억원 규모의 <미스터션사인>은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댔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지리산>은 중국 OTT인 아이치이가 판권을 샀다. 300억원 규모면 만원 이상 내고 자발적으로 보러가는 영화 시장에서도 큰 금액이다. 만원 이상의 요금으로 모든 콘텐츠를 이용하는 OTT 시장에서 이런 작품을 내놓는 것은 큰 모험이다. 스토리에 확신이 있어야 하고, 실행단계에서는 면밀하게 살피는 게 필요하다."  

-매주 쌓이는 라이브러리를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지상파 콘텐츠의 의존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 콘텐츠는 올드하다’는 인식도 있는데, 콘텐츠 수급 구조의 개선과 확대 필요성은 느끼지 않나. 

"콘텐츠 수급 확대는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지상파 콘텐츠가 올드하다는 인식은 웨이브 주주사와 티빙 주주사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텐트폴 드라마는 저쪽에만 있다고 하는데, 실제 드라마 양과 시청률 측면 등에서 보면 지상파 콘텐츠가 6대 4정도로 앞선다."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웨이브 사무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태현 대표. ⓒ김성헌
이태현 대표. ⓒ김성헌

-통합 제안을 전했던 티빙이 CJ ENM에서 분사해 JTBC 등과 합작법인 출범을 추진한다. 경쟁 OTT인 만큼 행보가 신경 쓰일 것 같다.  

"(티빙 쪽에) 통합하자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분사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제 길을 잘 가면 된다." 

-티빙이 외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내 OTT가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자 유치는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위해 안 될 게 없다. 국부 유출도 아니고, 외국 자본이 산업에 들어와 선순환을 일으킨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된다." 
 
-웨이브도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할 의향도 있나. 

"플레이어들끼리 충분히 이야기할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손을 내밀 필요가 있을까 싶다. 글로벌 OTT로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현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제휴 모델로서는 나쁘지 않다."

-해외 진출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그건 타이밍이다.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 콕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확보한 콘텐츠가 특정 지역에서 반응이 확 온다면 그때가 적기일 수도 있다."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OTT가 방송산업의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TT가 TV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TV로 선형 라이브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집에 가면 바로 VOD를 찾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TV를 틀어놓는다. 인간의 관계 욕구 때문이다. (방송사의) 위상은 떨어지겠지만, 효용 가치는 여전히 있을 것이다." 

-웨이브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웨이브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산업의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민간 OTT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주주 구성이 라이센스를 받은 방송사업자와 통신사다. 법인 만들 때 네 개의 회사가 암묵적으로 ‘기업 성장뿐만 아니라 산업을 키우자’는 동의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토종 OTT 프레임이 불편한데, 플랫폼은 서비스 자체로 경쟁하는 것이다. 국내 OTT니까 잘 봐달라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에 웨이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만든 플랫폼과 사업체가 잘되면 고용도 창출하고 산업도 큰다. 가뜩이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데, 콘텐츠 비즈니스는 고부가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다. 집에서 본방송만 시청했을 때는 없던 VOD 시장이 생겼고, 이제 ‘무선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준비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쉽게 갈려고 저쪽(글로벌 사업자)하고 손을 잡으면 여기(국내) 산업이 안 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국내 사업자 중에 해외로 갈수 있는 사업자는 OTT뿐이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사업자로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K-콘텐츠로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4차 산업시대에 웨이브가 부여받은 사명은 국내 콘텐츠 산업을 키우고,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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