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밥정’, '방랑식객'의 절절한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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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령 감독 “함께 밥 먹기 꺼려지는 요즘, 영화가 위로 됐으면”

[PD저널=김윤정 기자] 잡초와 이끼, 나뭇가지까지 자연의 모든 것을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그에게는 낳아준 어머니, 키워준 어머니, 그리고 길에서 만난 어머니 등 세 명의 어머니가 있다. 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임지호 셰프가 3일 동안 차려내는 108접시의 제사 음식.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밥정>은 임지호 셰프의 상차림을 통해 그의 개인사와 요리 인생, 철학을 담아냈다.

<밥정>의 박혜령 감독은 <인간극장> <방랑식객>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등 임지호 셰프를 주인공으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박혜령 감독은 8일 <PD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2006년 <인간극장> 연출자와 출연자로 임 셰프를 만났을 때, 안동댐 부근을 지나다 ‘여기서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그분이 ’김씨‘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 당시에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고. 이후 임 셰프와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친분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그의 어린 날 상처와 트라우마, 평생을 떠돌아다니는 요리사가 된 이유 등을 듣게 됐다.

“평생 남을 위해 요리를 하고 요리로 타인을 위로해주셨던 선생님이 정작 본인의 상처는 제대로 치유 받지 못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영화를 보게 되신다면 어린 날 치유 받지 못했던 상처가 조금은 아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렇게 박 감독은 임지호 셰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그와 <인간극장>으로 친분을 맺은 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임 셰프를 기록해왔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영화는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게 없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임지호 셰프의 요리 철학과 삶을 다룬다. 특히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여행에서 만나 어머니와 아들의 특별한 인연을 맺은 김순규 할머니와 ‘밥’에서 ‘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임지호 선생님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신 건 지난해 DMZ 영화제에서였어요. 선생님이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많이 슬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로 1년이 지나 어제(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났는데, ‘이제 어머니라는 존재를 내려놓고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어머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영화에는 산과 바다, 들판, 계곡 등 대한민국 4계절의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정성껏 차린 밥상, 소박하지만 풍성한 마음이 담긴 요리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 오감을 만족시키는 영상미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차례 연기돼 지난 7일 개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밥을 먹는 것에서도 ‘공포’를 느껴야 하는 시대. 박 감독은 “밥을 나누며 정을 나누던 흔한 모습이 추억이 된 현실에서, ‘밥정(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밥정>은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한 길을 걸어 온 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스토리이기도 해요. 이런 내용이 부모님이나 가족관계에서 상처나 소외가 있었던 분들에게 위로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지만, 관객들은 참회, 위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살이에 지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피로회복제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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