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배만 불린 민영방송 30년, "재투자 않는 대주주 퇴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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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 토론회 27일 개최
"방통위, 종편 투자 계획은 받으면서 민방은 왜 안 받나"

27일 진행된 '민방30년' 토론회 ⓒPD저널
27일 진행된 '민방 30년' 토론회 ⓒPD저널

[PD저널=안정호 기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민영방송이 생존하기 위해선 대주주의 콘텐츠 재투자 등을 의무화하고, 이행 의지가 없는 대주주는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상호·정필모·조승래·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로 27일 열린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언론 노동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방송의 위기 속에서 민영방송 대주주들이 방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민영방송이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부속품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을 꼬집으며 “CJB청주방송은 모기업인 두진건설과 함께 2015년 핀테크 열풍이 불 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주주로 참여했고 kbc광주방송은 모기업인 호반건설이 2016년 위례신도시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함께 참여해 ‘호반베르디움’과 ‘호반주택건설’이 낙찰받는 수단으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문위원은 “이런 사례들로 볼 때 민영방송이 언제라도 대주주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기업집단에서 방송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민영방송 대주주에게 지상파 방송사가 투자의 대상도 아니고 관리 대상일 뿐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대주주에게 일종의 ‘매칭펀드’를 공적책무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칭펀드’는 민영방송 대주주들이 콘텐츠나 방송 미디어 산업에 투자하는 금액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전문위원은 이런 ‘매칭펀드’가 민영방송에 대한 투자 효율성과 배분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태영건설이 민영방송 사업자(SBS)로 선정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라고 말하며 “민영방송이 30년이 지난 현재, 대주주들은 엄청난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얻었으나 정작 민영방송사와 구성원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전했다.

윤 본부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방송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 규제’ 기준을 3조에서 10조로 완화했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가 지배주주들의 사익추구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2007년 기준 SBS의 자산규모는 7천억 원으로 같은 기간 태영건설의 2조 6천억 원의 3분의 1 규모였다. 그러나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 규제’ 완화 이후인 2019년에 태영건설은 9조 7천억 원으로 자산규모가 폭증했다.

윤 본부장은 김 전문위원이 제시했던 ‘매칭펀드’ 방식에 동의하며 “지배주주들이 민영방송에 대한 대규모 재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넷플릭스는 21조 원을 제작비에 투자한 데 반해 국내 지상파 3사의 제작비를 전부 합친 금액 1조 원이 조금 넘는 규모이다.

윤 본부장은 "태영건설이 1000억원을 SBS에서 빼가는 동안 넷플릭스는 18년간 배당이 0원으로, (수익을) 전부 재투자했다. 민방 지배주주들이 방송사업가로서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과감히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대주주의 소유 경영 분리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사장 임명동의제도 법 제화 △독립 감사 제도의 의무화 △지상파 방송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와 같은 제도가 “대주주가 방송 사업자로서 사회적 신뢰와 책임을 공고히 하겠다는 약속의 징표”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017년 SBS의 재허가 조건 중에 (지배주주의) 투자와 관련한 부분이 한 글자도 없었다. 지역민방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요건 정도를 지키라는 수준이었다"며 “종편 재승인을 할 때마다 향후 3년 간의 투자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구체적 금액까지 명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민영방송의 경우에는 그런 언급이 없다”며 방통위의 민영방송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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