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하청화된 언론..."기자들, 속보 경쟁에 기획기사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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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디지털전략팀장 "네이버 콘텐츠 제휴 매체 기자들 하루에 2~8개 기사 송고"
송경재 교수 “포털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인식...책임은 지지 않아”

[PD저널=이준엽 기자]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서비스 개편을 통해 공정성·투명성 문제를 개선하고 있지만, 언론의 포털 종속화와 다양성 위축 현상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29일 열린 ‘포털의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은 포털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책임을 높이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시사저널>에서 진행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설문조사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각각 3위, 6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용자들에게 언론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포털 뉴스 투명성 책임성 제고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기사 배열 원칙에 따라 서비스하는 플랫폼임에도 일반 시민들은 포털을 언론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들은 그런 큰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로 대표되는 포털의 언론사 제휴방식, 지역 언론 소외 및 여론 다양성 부족, ‘뉴스 배열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위험성 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2년이 지나도록 포털 뉴스의 개선과 관련한 논의는 허공을 맴돌고 있다"며 “실제로 (포털이)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땜빵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포털 뉴스 서비스도 문제가 있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건 현직 언론인들”이라며 “자극성, 선정성을 내세운 속보 경쟁을 하고 있는 언론도 자성하고 문제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팀장이 조사한 21개 네이버 전송 언론사 10월 19일 25일 일주일간 일일 평균 발행 기사 수.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팀장은 “언론사와 포털 관계는 대기업과 하청업체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네이버는 인공지능기반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AiRS)를 통해 특정 기사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일한 이슈에 대한 기사들이 중복 생산되는 구조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김주성 팀장은 ”네이버에 기사를 전송하는 21개의 언론들이 하루 평균 얼마나 기사를 발행하는지 조사해봤더니 기자가 500명 정도인 한 통신사는 하루에 2400여개의 기사를 발행했다. 한 경제지도 약 100명 규모인데 800개를 쓴다"며 "기자들이 하루에 적게는 2개 많게는 8개까지 쓰는데 과연 양질의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가 뉴스판을 개편해 ‘많이 본 뉴스’를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로 전환하고 언론사 채널과 기자 구독을 활성화한 것도 언론의 자율성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주성 팀장은 "네이버가 제시한 획일화된 틀에 맞춰야 하고 언론사의 자율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네이버·다음 포털에는 인터랙티브 기사가 올라가지 않아서 (기자들이) 인터랙티브 굳이 쓰려하지 않는다. 포털이 품과 투자가 필요한 기사에 투자를 못하게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도 "개별 언론사가 구독 시스템으로 기획기사를 올릴 수 있지만 많이 읽는 기사가 아니라 올리려하지 않는다”며 “(포털이) 좋은 기사를 직접 배열하는 게 부담이라면 각종 단체에서 상을 받는 기사들을 뉴스 할당제를 통해 배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시우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장은 “포털이 기사 유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전체의 8.9% 정도다. 디지털 매체 수익을 30-40%대까지 올리지 않으면 언론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더 이상 뉴스를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산업구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포털의 알고리즘이나 구조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 해봤자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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