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디지털 콘텐츠, 시각장애인에겐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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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디지털 콘텐츠, 시각장애인에겐 높은 벽
스브스뉴스 '배리어프리' 적용 눈길 끌지만...대다수 디지털 콘텐츠 음성해설 없어
'인포그래픽'도 정보접근성 떨어져...통역 없는 외국인 인터뷰에 '난감'
"디지털 불평등 문제, 정부가 나서야"...방통위, 소외계층 방송접근권 종합계획 상반기에 발표
  • 김승혁 기자
  • 승인 2021.04.19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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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2020년 7월 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에게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근성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삼성전자 직원이 2020년 7월 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에게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근성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PD저널=김승혁 기자] 시각장애가 있는 김희영씨(가명)는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마주할 때마다 높은 벽을 느낀다. 

“톡톡 튀는 주제와 취재 뒷이야기 등을 담은 젊은 느낌의 뉴스 콘텐츠들이 많아졌잖아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린 콘텐츠에서 ‘451324. JPG’ 같은 태그만 들리면 벽에 부딪힌 기분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시각장애인에게) 정보가 굉장히 차단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소외 없는 디지털 세상’, '소외계층 미디어 격차 해소' 등의 구호는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장애인들에게 디지털 콘텐츠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언론사들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으면서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뉴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비장애인들과 얼마나 다를까. 방송사들이 제작하는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의 음성해설 여부를 살펴봤더니, 보이지 않은 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지난 14일 고체비누를 소개한 JTBC <헤이뉴스>의 콘텐츠는 음성해설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헤이뉴스>에 올라온 카드뉴스와 영상 콘텐츠 32개 가운데 절반가량은 음성 해설을 찾기 어려웠다. MBC <엠빅뉴스> <14F> 등도 비슷했다.  
   
방송사 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인 <스브스뉴스>는 모든 자막에 음성을 덧입힌 게 눈에 띄었다.  
   
하현종 SBS디지털뉴스랩 크리에이티브부문 대표는 “스브스뉴스도 처음부터 '말자막'이나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적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애인 이용자들과 단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점차 개선을 해왔다”면서 “자막을 읽는 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큰 틀에서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내레이션 전체에 ‘말자막’을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JTBC '헤이뉴스' 콘텐츠에서는 게시글 문구 이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부재했다.(왼쪽) / SBS '스브스뉴스' 콘텐츠는 모든 자막에 대한 음성이 지원되고 있다.(오른쪽)
JTBC '헤이뉴스' 콘텐츠에서는 게시글 문구 이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부재했다.SBS '스브스뉴스' 콘텐츠는 모든 자막에 대한 음성이 지원되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에 많은 정보가 담긴 인포그래픽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시각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이용해 코로나19 관련 인포그래픽을 읽어본 결과, 비장애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비교해 제공받는 내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뉴스1>이 매일 오전 게재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지역별 현황‘ 그래픽에는 전날대비 확진자 증가 추이 등이 담겨있지만, '보이스오버'로는 지역별 확진자만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방송사가 장애인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장애인방송 편성실적을 보면 최소한의 기준을 넘기는 수준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화면해설방송 의무편성 비율이 10%인데, 2020년에 가장 실적이 좋았던 MBC충북의 편성비율은 18.49%였다.  

방송사들이 뉴스 제작 환경과 비용 등을 이유로 화면해설방송을 전폭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다 보니 뉴스를 통해 전달받는 정보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최근 국제뉴스로 많이 다뤄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관련 인터뷰를 시각장애인들은 통역 없이 미얀어와 일본어로 듣고 있는 상황이다. 
     
김희영씨는 “요즘은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 다큐멘터리도 국제적인 이슈를 많이 다루는데, 생소한 언어가 나오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며 “제작비 문제라고 하지만, 미리 자막 음성을 붙이는 게 왜 힘든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와 제작진의 인권 감수성, 의지의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콘텐츠 제공자가 모든 영상에 대해 미디어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송출조차 할 수 없는 연방 법률을 제정한 사례도 있다. 이는 단순한 미디어 접근성 문제 차원이 아니라 전 사회에 걸친 디지털 불평등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 강화를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AI 기술을 활용해 음성을 자막과 수어로 자동변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범 서비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뉴스 방송 제작 환경에 여러 제약이 많지만, 상반기에 방송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종합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AI 기술 등을 활용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고, 정책연구를 통해 장애 유형별‧계층별로 실질적으로 미디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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