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시사교양까지 이야기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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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시사교양까지 이야기에 빠져든다
범죄·음모론·괴담 등 스토리텔링 입힌 프로그램 성행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계' '경험' 갈구하는 사회 분위기 반영
전문성 강조하지만...양질의 유튜브 콘텐츠와 차별성은 '글쎄'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4.21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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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사들이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사회‧문화를 비롯해 각종 사건, 사고, 범죄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하나둘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구성도 소수의 전문가에게 기댄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패널을 섭외해 풍성해졌다. 나아가 상대와 1:1 대화를 나누는 듯한 개인화된 화법을 시도하며 소재의 무거움을 덜어내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취향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듯이 일종의 ‘TV판 모임’을 통해 ‘흥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다.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파일럿으로 편성된 지 두 달 만에 오는 28일부터 정규 편성된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252회 이달의 PD상 TV시사교양 특집 부문상을 수상하며 기획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친구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듯 파일럿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는 음모론의 이면을 들추기 위해 윤종신, 송은이, 변영주 감독 등 6명의 패널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배우 윤영실 실종 사건과 일본 후쿠시마 정화조 사망 사건 등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정규 편성의 힘을 받아 ‘미스터리 음모론’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를 합류시키는 등 ‘이야기의 판’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기대된다.

이야기와 관계를 매개체 삼은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도 시즌2로 시청자 곁을 찾고 있다. 장도연, 장항준, 장성규가 호스트로 나서 가까운 지인인 ‘이야기 친구’에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포맷으로 방송 시작 후 시청률 4%대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꼬꼬무>에서 핵심은 호스트다. 호스트가 사건의 파헤치는 ‘정공법’을 구사하기보다 무겁지 않게 사건을 이야기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시즌1에서 휴거, 지존파, 신창원,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 등 크고 굵직한 사건들을 소환한 데 이어 시즌2에서도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 실미도와 관련된 오소리 작전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발화자와 수신자 간에 주고받는 이야기가 편집에 따라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호스트의 역할에 따라 이야기의 강약이 조절된다. 

tvN '알쓸범잡' 클립 영상 갈무리.
tvN '알쓸범잡' 클립 영상 갈무리.

지난 4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tvN<알아두면 쓸 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에서도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와 얽힌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 박지선, 판사 출신 법무심의관 정재민, 물리학박사 김상욱, 영화감독 장항준 등은 각기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고 해석하는 게 관전 포인트다. 일상에서 멀고도 가까운 ‘범죄’를 바라보면서 그간 몰랐던 이야기와 숨은 정보를 전하고 있다. 

파일럿으로 선보인 후 지난달부터 정규 편성된 MBC<심야 괴담회>는 좀 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한 경우다. 시청자에게 괴담을 공모받아 소개하고 있는데 평소 방송가에 접하지 못하던 공포물을 소재로 삼아 마니아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토요 미스테리 극장>처럼 인기를 얻다가 한풀 꺾였던 공포‧납량물이 색다른 소재를 갈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을 표방한 시도는 반길 만하지만, 아직 보완할 지점이 곳곳에 엿보인다. 패널들이 대본에 기초해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지만, 다소 전달력이 떨어지거나 셀럽 위주의 수다처럼 여겨지는 지점이 보인다.

또 각계 분야의 패널을 구성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스토리텔링’ 자체로만 본다면 이미 유튜브에서 역사, 괴담, 범죄, 스릴러 등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어 방송에서 ‘스토리텔링’ 영역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집콕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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