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사회환원 계획에 상속세 인하·‘이재용 사면론’ 띄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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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사회환원 계획에 상속세 인하·‘이재용 사면론’ 띄운 언론 
이건희 회장 유족들, '상속세 12조원 납부' '1조원 의료사업 기부' 계획 발표
"이건희 유산 60% 환원" 추어올린 언론
조선일보 "기업 승계 사실상 불가능한 징벌적 상속세 체계"
한겨레 "이재용 사면 연계 주장 옳지 않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1.04.2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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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장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기증품은 끌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장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기증품은 끌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비자금 사건 당시 약속했던 사회환원이 상속세 납부 기한을 이틀 앞두고 유족들의 공식 발표로 이뤄졌다. 

유족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을 밝혔다. 2026년까지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하고,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등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들을 위해 3천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을 13년이 지나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에서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은 상속세 납부와 미술품 기증 계획을 두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60%’를 사회에 내놨다는 식으로 포장했다. 

29일자 조간 1면은 <이건희 유산 26조원…60%를 사회환원>(조선일보), <이건희의 선물, 기부 역사 새로 쓰다>(중앙일보), <이건희 ‘마지막 보국’…재산 60% 사회환원>(세계일보), <이건희 재산 60% 국민에게…의료‧예술 통큰 기수>(매일경제), <재산 60% 사회에…이건희의 ‘마지막 울림’>(서울경제) 등 이 회장과 삼성가를 추어올린 제목으로 장식됐다.  

<조선일보>는 상속세 규모에 대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상속세 세입(3조90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로 건국 이래 최대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액수”라며 “2011년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사망 당시 유족들이 부담한 3조4000억원의 4배 가까운 금액”이라고 했다. 

정부가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재용 부회장 사면과 상속세 세율 인하 주장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금액이지만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 회장의 신념을 담담히 실현했다”고 상속세 납부를 ‘신념의 실현’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긍정적 측면과는 별개로 최고 세율(50%)에다 특수관계인 상속 할증(20%)이 붙어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에 대한 개선 논의는 필요하다. 상속세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검토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 4워 29일자 사설
조선일보 4워 29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반도체가 격랑에 휘말렸는데, 진두지휘해야 할 반도체 기업의 사령관은 상속 문제 때문에 감옥에 갇혀 상속세 낼 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한국 전체 수출의 20%, 법인세 납부액의 18%를 기여하는 기업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면서 상속세 납부에 천문학적 빚을 내는 것이 나라 경제와 국민에 무슨 도움이 되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승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징벌적 상속세 체계를 바꿔야 한다. 사적으로는 정치인 대부분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大衆) 정서를 두려워하며 공론화를 꺼린다.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이 회장 유산에 대한 정리계획은 그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삼성의 첫발을 내딛는 이정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런 시기에 '뉴 삼성'을 진두지휘할 이 부회장이 자리에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면론을 끄집어냈다.  

이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지위를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고, 과감한 결단과 발 빠른 투자로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경제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 부회장을 풀어줘 우리 경제에 헌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빠른 경제 회복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일가는 이번에 주식 배분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먼저 고인의 재산 사회환원에 초점을 맞추고 지분 관련 내용은 추후로 공개를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법정 상속 비율보다 높은 지분을 몰아주는 형태로 정리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한겨레 4월 29일자 3면 기사.
한겨레 4월 29일자 3면 기사.

<한겨레>는 이날 1면 <1조 의료기부…13년만에 지킨 ‘삼성 사회환원’> 3면 <거액 기부 뒤엔 비자금 흑역사…이건희 사후에야 일부 환원>에서 이번 삼성가의 사회환원이 불법 비자금 사건에 뿌리를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28일 공개한 1조원 상당의 사재 출연은 13년 전 이 회장이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한 약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거액 기부라는 ‘통 큰’ 결정의 밑바탕엔 대형 범죄와 지연된 약속 이행이라는 어두운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특검이 밝혔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주식 등을 포함해 4조 5000억원 가량이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고인이 못 지킨 약속을 유족이 뒤늦게나마 이행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상속세 정상 납부와 거액의 기부가 지난날의 편법적인 사전상속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삼성가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상속세 납부와 기부를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연계시키는 주장을 펴는데 옳지 않다. 전혀 별개의 사안을 억지로 엮어 사면 여론 조성에 이용하는 건 상속세 납부와 기부의 의미마저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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