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생겼다', 특별한 듯 평범한 10대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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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생겼다', 특별한 듯 평범한 10대 성장기
지난달 27일 종영한 4부작 드라마 MBC '목표가 생겼다'
2%대 시청률로 막 내렸지만, 연기·대본·연출 어우러진 '숨은 보석'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6.0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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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4부작으로 종영한 MBC '목표가 생겼다' ⓒMBC
지난달 27일 4부작으로 종영한 MBC '목표가 생겼다' ⓒMBC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콘텐츠 홍수 시대다. 다매체 다채널 경쟁 구도에서 방송사, OTT, 포털사이트, 그리고 제작사 모두 숨 가쁘게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쏟아내고 있다. 볼거리는 늘었지만, 정작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라는 아이러니도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영상과 문법을 선보였다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자극적인 소재와 스토리에 기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숨은 보석’ 같은 콘텐츠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4부작으로 막을 내린 MBC <목표가 생겼다>도 그중 하나다. 시청률 2% 안팎의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연기, 대본, 연출 삼박자의 호흡이 어우러진 드라마로 ‘정주행’을 추천한다. 

<목표가 생겼다>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복 망치기 프로젝트’를 계획한 19세 소현(김환희)의 은밀한 작전을 그린 드라마다. 로그 라인만 보면 소현의 성장 서사를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누군가의 행복을 망치려고 한 소현이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을 거라는 결말이 자연스레 짐작된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가족’과 ‘사연’이 어김없이 나온다는 점에서 과연 ‘볼만한 드라마일까’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나름의 ‘비틀기’로 평범한 성장 서사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혔다. 

“아빠는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떠난 것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자 목표가 생겼어요.” 극 초반 소현의 내레이션이다. 소현은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부재와 술에 의존하는 엄마는 ‘안전한 울타리’라기보다 ‘헐거운 구멍’에 가깝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버린, 그리고 돌봄의 부재 속에서 소현은 자신의 인생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소현은 불행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불완전한 기억의 조각을 단서 삼아 자신을 버린 아빠의 인생에서 행복을 빼앗겠다고 결심한다.

소현의 내레이션은 사건의 분기점마다 깔린다. 내레이션은 자칫 정서적 과잉에 치닫거나 극의 몰입을 해치기 쉬운데, 소현의 목소리는 일종의 ‘저항’처럼 들린다. 어딘가 어긋나버린 어른들의 삶에서 어리니까 잘 모를 거라고,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방치된 소현의 어린 시절은 꽤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는 걸 소현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MBC '목표가 생겼다' ⓒMBC
지난달 27일 종영한 MBC '목표가 생겼다' ⓒMBC

소현은 목소리만큼이나 행동도 거침없다. 대개 드라마에서 청소년은 소재나 스토리의 일부로서 ‘대상화’되기 쉽다. 소현은 다르다. 이른바 ‘청소년이 할 법한 선택’의 수위를 넘나든다. 극에서 다소 폭력적인 지점이 나오는데 인물의 동기에 방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즉, 선택의 옳고 그름보다 선택이 소현의 동기와 맞닿아있느냐가 주요한 것이다. 소현은 돌봄의 부재 속 휴대폰을 노리는 소매치기를 택했고, 아빠의 흔적을 알아내기 위해 열쇠를 훔쳐 몰래 집을 들어가기도 한다.

소현이 움직이고, 개입하고, 무언가를 저지를수록 자꾸만 일들이 꼬이면서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게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 상황에 놓인 소현에게는 근거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소현의 내레이션이 감정 이입을 높였다면, 소현의 동기에 근거한 선택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목표가 생겼다>로 데뷔한 류솔아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상처와 결핍이 있는 10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드라마의 끝은 상처와 결핍을 겪은 사람들에게 오해와 성장이 무엇인지 되묻는 듯하다.

누구나 스치는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에 크고 작은 오해, 사실, 진실을 품고서 성장한다. 또 누구나 하나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가족의 비밀을 안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파편화된 조각들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잊히지 않는다. 그저 그 조각들을 골똘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목표가 생겼다>는 끊임없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소현의 불완전한 기억과 불완전한 현실을 보여준다. 소현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재정의하는 선택을 기다렸던 것처럼 시청자들도 한 편의 드라마로 자신의 선택을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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