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쟁’ 의문 해소 못하는 이준석 투머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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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따릉이 매니아' '여자친구 유무'까지 관심 쏟는 언론
인터뷰 기사 쏟아지지만, 윤석열 입당 시기 등 질문 판박이
'공정한 경쟁' 주창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시기상조라는 이 대표
정의당 "변화한 시대정신 대변 기대했는데, ‘역시나’ 실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헌정 사상 처음 등장한 보수당 30대 대표에 언론이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따릉이’ 매니아이고 여자친구가 있으며 국내 T사의 신발을 신고 다닌다는 정보는 대표 선출 나흘 만에 언론 보도를 통해 전파됐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 인터뷰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데도 이 대표가 말하는 ‘공정 경쟁’과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 파고들어 궁금증을 해소하는 인터뷰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지난 11일과 지난 15일을 두차례 받았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는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며 “당대표니까. 또 관심사니까”라고 이유를 댔다.  

이 대표는 “이제 공적인 인물”이라며 “개인적인 것을 계속 물어보시면 안 된다”고 답변을 거부했지만, 지난 15일 <조선일보> 데일리 팟캐스트 진행자에게 같은 질문이 받고 “(여자친구가) 있다”라고 답했다. 

질문이 무례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현재 KBS가 올린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 영상과 녹취록에는 진행자의 ‘여친 유무' 질문이 삭제됐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 속에도 <톡톡 튀는 이준석 “여자친구 있다” “따뜻한 아이스 커피는 힘들어”>(조선일보), <이준석 "여자친구 있다…유명인은 아냐" 공개>(머니투데이), <이준석 “여자친구 있다…유명인은 아냐” 수줍게 공개>(국민일보), <'36세' 이준석의 솔직 답변 "여친 있다, 유명인은 아냐">(서울경제) 등은 인용보도로 이 대표의 여자친구 공개 사실을 알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12일 이 대표의 따릉이 출근길 사진도 대서 특필됐다. 여의도 문법을 깨는 신선한 등장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지난 14일 <국민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등은 1면에 따릉이 탄 이준석 대표의 사진을 실었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명해지면 겪는다는 페라가모’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신발을 올리자 이를 받아쓴 기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기사 댓글에는 “이런 기사도 메인뉴스감이냐”, “이 기사는 연예면에 배치해달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1야당 대표의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대중의 관심을 끌수 있지만,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아니”라면서 “흥밋거리, 가십성 기사로 클릭을 유도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정치인이 출근 첫날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가지고 등장할지는 고도의 정치 행위에 해당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온 여자친구 유무 질문도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물을 수 있다고 보는데, 모든 질문이 공적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친 엄숙주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사생활 질문과 답변만) 콕 집어서 쓰는 보도 행태”라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공적인 의제를 덮거나 다루지 않으면서 이런 기사를 쓴다면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15일(오후 1시 35분)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 뉴스에 오른 이준석 당대표의 여자친구 보도.
15일(오후 1시 35분)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 뉴스에 오른 이준석 당대표의 여자친구 보도.

출근길 라디오 프로그램부터 저녁 토론 프로그램까지 이준석 대표 인터뷰는 쉴새없이 나오고 있지만 엇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시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단골 질문이다. <조선일보> 17일자에 실린 이 대표 인터뷰는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와 ‘입당 마지노선을 8월’로 제시한 답변에 비중을 뒀다. 

지난 14일 이준석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일자리 해법으로 “노동유연성을 더 확보하는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엔 정규직으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저항도 어느 정도 녹아들었다. 파이가 늘어나지 않으면 이런 갈등이 계속 생길 수 없다”고 ‘쉬운 해고’에 동조하는 답변을 했지만, 후속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17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전화 인터뷰에선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당장 보수 진영 내에서는 이 담론이, 예를 들면 기독교적인 관점이나 이런 분도 있고 해서 이게 혼재되어 있다”며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상당히 숙성된 논의가 있었다”며 “차별금지법의 범위가 포괄적인데 대부분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진 것이다. 하지만 17일 인터뷰에서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추가 질문은 없었다. 

정의당은 이날 이준석 대표를 향해 “젊은 당 대표로서 변화한 시대정신을 대변할 것이라 믿었는데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라는 실망으로 바뀌었다”며 “이 대표가 말하는 공정이 ‘차별금지’라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조차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공정은 빈껍데기가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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