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여자' 어떻게 흥행불패 코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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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어떻게 흥행불패 코드가 됐나
'커피 프린스 1호점'부터 '연모'까지...극적 긴장감 불어넣는 남장여자 코드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12.06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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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KBS '연모' 포스터.
남장여자 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KBS '연모' 포스터.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남장여자 코드는 드라마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것이 됐다. 일찍이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이 남장여자를 한 카페 종업원 고은찬(윤은혜)과 사장 최한결(공유)의 성을 뛰어넘는 멜로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후 남장여자 코드를 활용한 드라마들은 나오는 족족 큰 성공을 거뒀다.

<바람의 화원(2008)>은 신윤복(문근영)이 여자였다는 설정의 과감한 팩션사극으로 김홍도(박신양)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고, <성균관 스캔들(2010)>은 성균관에 들어간 남장여자 김윤희(박민영)가 동기 유생들인 이선준(박유천), 구용하(송중기) 그리고 문재신(유아인)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달달한 멜로를 그려나가는 사극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2016년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세자 이영(박보검)과 남장내시 홍라온(김유정)의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니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연모>가 남장군주 이휘(박은빈)를 등장시켜 사서인 정지운(로운)과의 로맨스를 그리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남자여자 코드는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남장여자 코드, 특히 사극에서 이 코드가 자주 활용된다는 사실은 잘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시대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사극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조선 같은 과거의 시공간은 신분사회와 남녀가 유별한 보수성으로 인해 도무지 남장여자라는 캐릭터와 사랑 스토리가 파격일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 남장여자가 사실은 여자라는 걸 알고 보지만, 극중 남자주인공은 그가 남자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자신이 설레고 잠 못 이루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당혹스러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을 고백하고 마음을 드러낸다. 여기에 사극은 신분의 차이까지 넣어 도무지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한 장벽을 만들어내고, 그걸 뛰어넘을 때의 아찔함을 배가시킨다.

어찌 보면 퀴어 코드라고 볼 수도 있는 설정이다. 적어도 극중 인물은 같은 남자지만 마음이 끌려 입맞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국내의 남장여자 코드는 그 설정 자체가 퀴어가 아니라는 걸 드러내는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아직까지 남자와 남자가 혹은 여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고 스킨십을 하는 그런 장면들은 국내 드라마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보수적인 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대중성을 추구하는 드라마들이 마니악한 설정을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어서다. 

KBS 월화드라마 '연모' 포스터.
KBS 월화드라마 '연모' 포스터.

 

<연모>를 보면 남장여자 코드가 퀴어 코드가 아닌 드라마의 극적 장치로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쌍생으로 태어났지만 여아라는 이유로 궁궐에서 버려졌다 운명처럼 궁으로 다시 돌아와 죽은 오라비를 대신하는 삶을 살게 된 이휘라는 인물 설정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삶을 강요받는 인물로서 현재의 젠더적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성별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당당히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제한된 상황. 조선시대라는 과거의 설정이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여기에 남장여자인 이휘를 사랑하게 되는 정지운이 등장하고, 그가 남장여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를 지켜주려는 이현(남윤수)이 포진한다.

멜로 장르가 본질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그리며 그 사이에 놓여진 어떤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그 장애물로서 신분과 성별은 강력한 갈등 요인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어느 순간 남장여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따라서 그 비밀을 지켜내기 위한 연인 간의 돈독한 결속은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건 남장여자가 들어간 공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멋지고 잘 생긴 남자들이다. <연모>의 정지운과 이현, 김가온이 있는 것처럼, <성균관 스캔들>에는 김윤희를 둘러싼 이선준, 구용하 그리고 문재신이 있다. 남자배우들만 봐도 <연모>의 로운,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 유아인,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다.

퀴어보다는 멜로 코드로서 남장여자 코드는 이처럼 극적인 장치들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설정들을 판타지로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연모>는 그 남장여자 코드의 사극이 이제는 국경을 넘어 해외로도 파고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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