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지옥', 화살촉과 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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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넷플릭스 '지옥'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대낮 도심의 어느 카페.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설마, 하는 반응으로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그들 뒤로 벌벌 떠는 남자가 보이고 곧 엄청난 굉음과 함께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검은 괴물체들이 나타나 남자를 소멸시킨다. 

죽음을 알리는 ‘천사’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밝은 빛으로 둘러싸인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의 천사가 아니다, 오히려 ‘사도’의 느낌이랄까)가 나타나 죽음의 예고를 전한다. “너는 일주일 후 지금과 같은 시간에 지옥으로 끌려 갈 것이다,”

무슨 죄 때문인지도 설명도 없다. 구구절절한 내용도 없다. 그저 느닷없이 허공 어디에선가 나타나 당신에게 고지하고 사라지는 죽음의 천사인 것이다. 그리고 설마설마하는 그 일이 예정된 시각에 그대로 실행이 되어 버린다. 

그 ‘시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이는 바로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예고를 받은 사람을 섭외해서 지옥 ‘시연’을 중계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시연 중계가 이루어진 여자의 집은 성지화 되고 이후 지옥의 예고를 받은 사람들이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은 지옥으로 끌려가면 그만이지만 자신 때문에 남은 가족들이 받을 지탄과 질시를 생각해 스스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진행이 되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오히려 진짜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순식간에 나타나 예고 받은 자를 태워버리고 사라지는 죽음의 사도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처리하고는 다시 시공간의 커튼을 뚫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이 현상은 그러나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파장을 일으킨다. 

1화부터 3화까지 그리고 4화부터 6화까지 크게 두 덩어리로 나눌 수 있는 서사는 각 파트의 중심인물과 지옥의 예고 그리고 시연을 중심에 두고 그것이 군중들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지켜보게끔 한다. 1화부터 3화까지가 ‘시연’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진수 의장 자신도 20년 전 예고를 받은 자이며 그는 자신이 사라지기 전 제2의 의장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뒤의 세상을 일임한다) 4화부터 6화까지는 시연 중계 이후 사람들의 내면과 일상을 향해 뻗어가는 뉴 오더 혹은 새로운 권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러저러해서 일종의 권력을 잡은 새진리회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통제하려 든다. 그리고 이와 반대편에는 ‘소도’가 있다. 죄인들이 도망쳐 들어가면 잡으러 들어갈 수 없는 소도, 도피처. 예고를 받은 자들을 남몰래 돕는 소도는 글자 그대로 어떤 의미에서건 도피쳐가 되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민 변호사가 있다. 

이제 <지옥>의 서사는 조금 더 큰 파장으로 옮겨 간다. 예고와 시연에 중점을 두었던 앞의 서사가, 정진수 의장의 1기 새진리회와 더불어 일단락되고 시민들의 일상을 장악해 들어가는 2기 새진리회와 의장은 막강한 권력의 얼굴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무리 먹어도 끝없이 먹어도 배를 채울 수 없는 전설 속 괴물처럼 모든 것을 장악하려 드는 그들은 뻔뻔하고 역겹다. 

여기서 우리는 주목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지옥의 예고는 무엇이고 시연을 무엇일까. 그 장치는 과연 무엇일까. 설명할 수 없는 이 장치는 하나의 사건이 일으키는 파장이 어디까지 가는지, 어떻게 파생되는지를 보게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 아닐까 싶다. 

강력해진 새진리회는 위법과 무력까지도 불사하고 스스로를 사제의 위치에 올려놓는다. 사제와 무녀들. 그들은 과연 신와 인간을 잇는 통로인가, 아니면 그렇게 가장하면서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존재인가. 통제를 통한 권력을 더욱 더 가지려는 욕심과 욕망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지옥>의 사제들. 그들은 그저 권력을 손에 쥐고 세상을 흔들려는 괴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또 한 부류는 ‘화살촉’들이다. 서사의 초기부터 나타난 유튜버 화살촉. 선정적이고 얕은 말을 거르는 것 없이 쏟아내는 그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실이건 소문이건 지어낸 이야기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제가 말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면서 이리저리 말의 화살을 쏘아댈 뿐.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 어떤 사고나 고찰 없이 그저 휘몰아치는 바람을 따라 나부끼는 그들은 한심하기 그지없고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민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소도’의 사람들이 있다. 냉정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인류애로 무장한 소수의 사람들. 그들은 진심으로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 그래서 공격을 받고 위험에 처하지만 그래도 소도는 멈출 수 없고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양심은 이 세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에 펼쳐진 이 지옥도를, 당신은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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