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판타지 드라마 꿈꾸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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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바꾸는 술법 통해 변신 욕망 투영한 tvN 토일드라마 '환혼'
인기 끄는 웹소설 판타지 장르 고스란히 드라마 리메이크로

tvN 토일드라마 '환혼'
tvN 토일드라마 '환혼'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환혼>은 ‘혼을 바꾸는’ 술법이 등장한다. 기력이 쇠해 후사를 보지 못하는 왕이 ‘환혼술’을 연마한 장강(주상욱)을 불러 자신과 일주일 동안만 혼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장강은 자신과 왕의 혼을 바꾸는데, 장강의 몸에 혼이 깃든 왕은 곧바로 장강의 아내를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고 그렇게 장욱(이재욱)이 탄생한다. 분노한 장강은 그 아기의 기문을 막아 앞으로 술법을 배울 수 없는 저주를 내리고, 그 누구도 그 기문을 풀어주지 말고 사부가 되어주지 말라고 한다. 

육신의 관점으로 보면 아버지에게서 난 아들이지만, 혼의 관점으로 막장 출생의 비밀을 가진 장욱. <환혼>은 그가 역시 최고의 살수 낙수의 혼이 깃든 무덕이(정소민)을 만나 그를 사부로 삼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판타지 로맨스다.

<환혼>의 세계관은 이처럼 육신이 아닌 혼이 진짜가 되며, 때론 죽을 위기에 몰린 이가 육신을 갈아 다시 살아간다는 판타지를 바탕으로 세워져 있다. 흥미로운 건 혼이 그 사람의 진짜 정체성이지만 육신의 조건이 그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장욱은 기문이 막혀 술법을 익히지 못하고, 낙수의 혼이 깃든 무덕이는 저질 체력의 육신이라 알고 있던 술법을 쓰지 못한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환혼>에서 주목되는 건 ‘변신’의 욕망이다. 위기상황에서 몸을 바꿔 계속 살아갈 수 있고, 그 몸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 이렇게 혼과 육신이 분리된 세계에서는 인물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즉 표면적인 육신의 관점으로는 무덕이가 장욱의 몸종에 불과하지만, 혼의 관점으로는 무덕이 장욱을 키워줄 사부가 된다. 육신으로 상하가 태생적으로 규정되는 현실이, 혼을 바꾼다는 설정을 통해 뒤집히기도 하는 즐거움이 <환혼>이 가진 세계관의 묘미다. 그래서 “무덕아”하고 부르던 장욱이 “사부님”이라고 부를 때 이 드라마는 흥미로워진다. 

tvN '환혼' ©tvN
tvN '환혼' ©tvN

<환혼>에 담긴 변신 욕망은 최근 웹소설, 웹툰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의 주력 소재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을 보면 환생이나 시간여행 같은 인생 리셋 개념의 판타지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이른바 ‘신무협’이라 불리며 네이버웹툰에서 큰 인기를 끈 <화산귀환>, <광마회귀> 같은 작품들에는 과거 무협과는 궤를 달리하는 ‘환생’과 ‘과거 회귀’ 판타지가 더해져 있다. 죽었던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몰락한 화산파를 부흥시키는 과정을 담은 <화산귀환>이 그렇고, 신물을 삼킨 채 절벽으로 떨어진 무림 고수가 과거로 돌아가 더 빨리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광마회귀>가 그렇다. 

회귀물, 리턴물, 리셋물로도 불리는 최근 웹소설 판타지 장르들이 부쩍 늘었고, 그 인기가 상당하다. 이러한 웹소설, 웹툰의 인기는 고스란히 드라마 리메이크로도 이어진다. 종영한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다시 되살아나 인생을 재설계해나가며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웹소설을 리메이크했다.

전생과 얽혀진 현생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역시 종영한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은 전생으로 얽힌 악연이 현생으로 이어지면서 귀신까지 공조해 그 고리를 끊어내는 독특한 오컬트 코미디 장르였고, <내일> 역시 자살하려는 이들을 막아주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전생 스토리가 더해진다. 

최근 인기를 끄는 판타지물들을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욕망이 느껴진다. 그건 ‘다시 사는 삶’에 대한 욕망이다. 흔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판타지로도 불리는 이야기들은 현실이 채워주지 못하는 욕망들을 몸을 바꾸고 다시 살아나고 시간을 되돌리며 심지어 전생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판타지로 채우려 한다.

아마도 이런 세계를 이해 못하는 기성세대들은 너무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황당한 허구성을 극대화하고 있을수록, 이 세계를 수용하는 청춘들의 현실이 얼마나 꽉 막혀 있는가를 절감하게 된다. 얼마나 답답하면 불가능한 욕망, ‘인생 재설계’를 꿈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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