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함 돋보인 기사, 독자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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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좋은 기사의 조건' 세미나

20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좋은 기사의 조건' 세미나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기자들이 인정한 좋은 기사, 독자들이 평가한 좋은 기사는 무엇이 다르고 같을까. 

언론의 불신을 키우는 ‘나쁜 기사’에 대한 성토가 팽배한 현실에서 이 난해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언론학자들과 기자들이 ‘좋은 기사의 조건’을 직접 찾아나섰다. 

20일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좋은 기사의 조건’ 세미나는 지난 1년 여 동안 연구자들과 현직 기자들이 ‘좋은 기사 공부 모임’에서 좋은 기사를 발굴하고, 토론한 결과를 처음 내놓은 자리였다. 기자 출신인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10여명의 기자와 좋은 기사 20편을 선별한 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부·대학원생들에게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실험이 이뤄졌다. 

기자들은 열정적이거나 집요한 취재가 보이거나 현장을 재현한 기사를 높이 평가했고, 취재원 실명 보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기사, 사안을 보는 관점이 관습적이지 않은 기사 등을 좋은 기사로 꼽았다.  

박 교수는 김예지 국회의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에 참여 했을 당시, 유일하게 김 의원의 국회 출근 과정을 취재한 기사를 꼽으며 “가장 큰 요소는 ‘뻔하지 않은 기사’다. 주제나 접근방식, 내용 측면에서 예상할 수 있는 기사는 기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동작이 그려지는 묘사, 묘사와 코멘트의 조합,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도 좋은 기사의 요소로 꼽혔다.

독자는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독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는 △ 의외의, 흥미로운, 잘몰랐던 주제 △ 소설같은, 몰입 공감할 수 있는 전개 △ 꼼꼼한, 발품을 판, 집요한, 성실한 취재 △ 신뢰할 수 있는, 실명이 있는, 생생한 정보 △ 다양한, 다각적인, 입체적인 정보가 담긴 기사였다.

안수찬 교수는 “문학적 전개를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기자가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며 “여러모로 힘든 티가 많이 난 기사를 보면 땀과 열정, 발품을 판 것으로 유추하는 것이다.이런 취재방법이 엿보이면 신뢰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높이 평가한 2020년 6월 <경향신문> 보도는 예전에는 5~6㎜ 잠수복을 입어야 했는데 이제는 3~4㎜ 잠수복을 입어도 된다는 해녀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전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올해 2월 ‘사라지는 목욕탕’을 노약자와 소외계층의 문제로 접근했다. 기자가 자격증을 딴 뒤 요양원에 취업해 요양원의 실태를 고발한 <한겨레> 보도도 좋은 보도로 꼽혔다.   

기자와 독자가 공통적으로 꼽은 좋은 기사의 요소는 집요한 취재 방법과 '실명 보도'였다. 안 교수는 "독자들이 신뢰를 이야기한 두 측면이 있는데, 집요한 취재로 신뢰를 느끼게 하고, 실명보도로 생생한 정보를 준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직책 실명 등 신원이 확인되면 신뢰감을 더욱 높여준다"고 말했다.

기자와 독자의 측면에서 분석한 '좋은 기사'

토론에 참여한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처음에 의욕이 넘치는 기자들이 많지만, 기본이나 잘하라는 분위기를 겪다보면 모든 기자들이 동질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연차들 기자에게 실험할 수 있는 장을 많이 열어줘야 한다. 기사를 실험의 장으로 쓰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의 발제라도 다르게 쓰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하고 그것에 관대한 뉴스룸의 분위기가 있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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