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서재, 여성은 부엌?…가부장적 성역할 고착화하는 부부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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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22년 성평등 미디어 포럼’ 개최
'동상이몽' '우리 이혼했어요' 등 6개 프로그램 살펴보니...성 고정관념 재생산 여전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2 성평등 미디어 포럼' 열리고 있다. ⓒ양평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1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2 성평등 미디어 포럼' 열리고 있다. ⓒ양평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PD저널=임경호 기자] 리얼리티쇼를 표방한 부부예능들이 가사노동과 육아 문제를 다루면서 여전히 가부장적 성역할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코로나19 이후, 양성평등 미디어 환경 조성 방안 모색’을 주제로 15일 개최한 ‘2022년 성평등 미디어 포럼’에서다. 

포럼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대두된 온라인·방송 콘텐츠에 대한 성인지 관점의 모니터링 결과와 시사점을 통해 미디어에 재현된 다양한 사례 분석들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모니터링 연구팀 이소현 박사(한양대학교 강사)는 부부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 미디어가 실제 사회를 그려내는 양상을 조명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2021년부터 지난 6월까지 방송된 KBS <살림하는 남자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MBN <국제부부>, TV조선 <아내의 맛><우리 이혼했어요> 등 6개 프로그램이었다. 

이소현 박사는 "부부관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어 대중문화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젠더나 성역할을 의식화 하는데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사 이유를 밝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향성과 관련 "우리나라는 연예인 중심의 리얼리티가 인기를 끌었고, <아빠 어디가>등을 통해 가족 예능이 주류로 떠오른 게 눈에 띄는 부분"이라며 "보다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부예능 리얼리티는 결혼이나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면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상담 예능이나 댄스 스포츠와 결합해 포맷이 다변화 하는 양상도 관찰된다.

이 박사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중적 관심’, ‘출연자의 안정적 공급’을 부부예능 확산의 배경으로 짚으면서 '방송조작 위험성' 등 선정선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모니터링 사례를 통해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 △가부장제의 전통적 여성상 종용 △외모 평가 및 외모 지상주의 △성 고정관념 재생산 △부부 간 성역할 전환에 대한 평가 등으로 나눠 문제점을 살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송에서 재택근무 상황을 그릴 때 여성의 공간은 부엌이나 거실이고 남성의 공간은 독립된 서재나 분리된 방으로 보여주는 게 대표적이다. “여자는 집밥을 잘 해주고 신랑한테 잘해줘야 해”, “살림만 하던 사람 맞어” 등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조하거나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출연자의 발언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내밀한 장면을 드러내면서 화제성을 담보해야 하는 리얼리티 포맷의 특성에 따라 낙인찍기 위험성도 뒤따른다. 성역할 고착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귀결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박사는 “자막으로 1차적인 방향을 잡아주면 스튜디오에서 패널이 동조하는 방식으로 특정 문제를 희화화, 축소하는 상황도 살펴볼 수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함의들을 연구해 정확하고 깊이 있게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늘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상이 연예인들에서 일반인들로 바뀌고 있다며 제작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모를 수 있다”며 “젠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반인들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이어 “제작자나 방송사들에게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일부 언론사 등 의식 있는 기관에서 시행 중인 젠더 데스크 등을 방송사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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