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배우'로 몰아간 무책임한 신상캐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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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포 이후 '40대 배우' 신상 찾기에 집중한 연예매체들
"마약 검사 결과 음성" 나오자 "팩트 확인도 안 된 기사 자극적으로 내보내" 비판 여론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남성배우의 실명을 공개한 언론들 

[PD저널=엄재희 기자] 다수 매체가 '마약 투약 40대 배우'로 지목한 이상보 씨가 마약 검사 결과 '음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에 비판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국과수 감정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무분별한 신상캐기 보도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0일 40대 남성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채널A의 단독 보도가 나온 이후 연예매체들은 '40대 배우 찾기'에 몰두했다. 

<디스패치>는 '단독'을 붙여 마약 투약을 받은 배우의 데뷔 연도와 드라마에 출연한 시기 등을 적시하면서 신상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쓰던 언론은 지난 11일 <텐아시아>가 배우의 실명을 처음으로 공개한 뒤로 마녀사냥식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놨다.  

<텐아시아>는 <'마약한 40대 남자 배우=이상보'…박해진·이무생 루머 희생양 됐다>에서 "마약에 취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긴급 체포된 '배우 찾기'에 애꿎은 이무생과 박해진이 루머의 희생양이 됐다. 진짜는 이상보였는데 말이다"라고 보도하면서 제목에 '마약한 배우'라는 단정적 표현을 썼다.  

지난 11일 SBS <8뉴스>가 CCTV화면을 공개한 이후에는 <‘마약 투약’ 이상보, CCTV 영상보니 길거리에서 ‘비틀비틀’>(동아일보)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네이버에서 배우 실명으로 검색되는 뉴스만 약 100여 건에 달했다.  

언론이 '마약 투약' 배우로 몰아간 보도 양상은 이상보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달라졌다.  이상보씨는 SNS에 올린 글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약배우’로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며 “오랫동안 복용해 왔던 약으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술을 한잔 했던 것이 불미스러운 사건의 단초가 된 것 같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YTN이 지난 15일 보도한 리포트 [단독] 배우 이상보 체포 당일 검사 결과 확보..."마약 음성" 갈무리.
YTN이 지난 15일 보도한 리포트 [단독] 배우 이상보 체포 당일 검사 결과 확보..."마약 음성" 갈무리.

당사자 인터뷰를 처음으로 공개한 YTN이 지난 15일 마약 검사 결과를 보도한 이후부터는 '억울한 피해자'로 보는 관점도 보인다.  

YTN은 < [단독] 배우 이상보 체포 당일 검사 결과 확보..."마약 음성">에서 "배우 이상보 씨가 체포 직후 병원에서 실시한 마약 검사 결과를 취재진이 확보했다"며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고, 우울증약에 포함된 향정신성 의약 성분만 양성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YTN 기사 댓글에는 성급하게 '마약 배우'로 몰아간 보도를 지적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언론사가 한사람 매장시키는건 한 순간이다 대가는 꼭 치르게 된다", "팩트 확인도 안된 기사 자극적으로 내보내서 남의 인생 한방에 망쳐놓고 죄의식 하나없는 기자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우리 언론은 (사건 사고 보도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지나치게 많은데, 누가 마약을 했는지는 알권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본인에게 해명의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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