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유발하는 CCTV 활용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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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 19일 ‘방송보도의 인권보호 실천, 어떻게 되고 있나’ 언론인권포럼 개최
'인권보호지표' 기준으로 방송 뉴스 분석.. "지속적으로 보완점 마련 필요"

19일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제71차 언론인권포럼 '방송보도의 인권보호 실천, 어떻게 되고 있나?'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19일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제71차 언론인권포럼 '방송보도의 인권보호 실천, 어떻게 되고 있나?'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장세인 기자] CCTV를 활용한 사건 사고 보도가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언론인권센터는 ‘방송보도의 인권보호 실천, 어떻게 되고 있나?’ 주제로 열린 언론인권포럼에서 방송사 뉴스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심의규정과 인권보도준칙을 토대로 설계한 ‘인권보호지표’를 기준으로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지상파(OBS 포함)와 종합편성채널 등 8개사에서 내보낸 뉴스 보도 중 채널별 40건, 총 320건을 골라 분석했다. 

사건 보도에서는 ‘보도 대상에 지극히 사적인 내용(전화, 통신 등) 공개하지 않았다’,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출신지역·방언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지 않았다’, ‘성폭력, 성희롱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지 않았다’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른 항목에서는 90~100% 준수율을 보였지만, ‘성별 고정관념 조장’ 항목에서는 미준수율이 높았다. 

TV조선은 ‘성별 고정관념 조장 준수율이 77.8%로 낮았는데, 고교 동급생 폭행 사건에서 폭행을 말리는 학생이 여학생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했다.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CCTV 영상 공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TV조선 <목줄 풀린 개, 어린이 공격…택배기사가 구해>(7월 15일), MBN <쓰러진 8살 아이 2분간 목, 팔, 다리 습격…진돗개 잡종 안락사 결정> 리포트는 목줄 풀린 개가 아이를 공격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한상희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보도에서 CCTV 영상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를 한 경우에도 사람들의 얼굴만 인식이 불가능할 뿐 당시 상황과 행위들이 충분히 인식가능하다. 문제의 장면들을 반복해 노출하는 것은 폭행 피해 당사자들에게 2차 피해 소지가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도 피해자 실명 언급 등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처장은 “피해자 중심 사건 명명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건명을 달리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보도에서는 외국인의 인권보호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였는데, SBS <러시아군 또 무차별 폭격... 4살 유아도 참변>(7월 15일), KBS <공습피해 교실 바닥에 숨은 미얀마 아이들...유엔, “여성 아동 범죄 크게 증가”>(8월 11일) 보도는 외국인들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사진을 노출했다.

한상희 사무처장은 “방송보도의 ‘인권보호’를 평가하는 지표는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모니터링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보완점을 마련한다면 사회적으로 높아진 인권의식에 부합할 수 있도록 방송보도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영섭‧허찬행 교수가 설계한 '인권보호지표'. ©언론인권센터
심영섭‧허찬행 교수가 설계한 '인권보호지표'. ©언론인권센터

이어진 토론에서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박사는 “10년 전에는 인권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포함된다. 그 얘기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으로서의 인권이 아닌 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문제를 파고들어서 그때그때 인권보호의 범위를 확장시켜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N번방 사건 때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에서 보도 담당 조합원에게 빠르게 보도 지침을 내렸다. 언론이 서로 합의 이행할 수 있는 실천요강을 만들고 사후 평가와 제재를 넘어 예방과 실천이 가능한 지표들을 자율규제논의를 통해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영역이 있다. CCTV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피해자나 지인들은 보도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남아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망자와 다른 문화권 외국인, 난민 등에 대해서도 언론사가 이견이 있다면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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