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그런 것도 해요?” 의문을 지지로 바꾼 삼척 미디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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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디어 교육 불모지에서 미디어스쿨이 안착한 비결

MBC강원영동이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스쿨에 참여한 학생의 모습.
MBC강원영동이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스쿨에 참여한 학생의 모습.

①'통폐합 삼척MBC 사옥에서 문 연 미디어스쿨 탄생기'(▷바로가기)에서 이어집니다. 

[PD저널= 김상호 MBC강원영동 콘텐츠기획팀장] 지역 지상파 방송사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미디어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방송사가 학생들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한다는 것에 지역민들도 낯설어했다. 학생 유치를 위해 지역 유지들과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MBC가 그런 것도 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교육 비용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교육사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교육업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푸념이었다. 애초에 큰 돈을 벌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삼척 미디어스쿨은 유휴방송시설을 활용해 지역민들의 미디어 문화 사랑방으로 만드는 것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찾아오고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다.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해 이루어지는 체험 교육이다 보니 강사와 돌봄에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방송사에서 양질의 체험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에 두 손들어 환영했지만, 적지 않은 교육 비용에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사업 첫해, 대부분의 학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활동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었다. 이듬해 예산 축소의 불이익이 있음에도 도교육청에 예산을 반납하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운 입장이었다. 사업 첫해 말 우여곡절 끝에 3개 학교가 수학여행 예산을 활용해 교육 참여를 결정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은 미디어스쿨의 마중물이 되었다. 직접 장비를 만지고 아나운서, 카메라맨, DJ가 되어보는 체험 교육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교육 시작 전 ‘기대만족도’를 조사해보면 60% 내외였지만, 교육을 마치고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 만족도’는 평균 97% 정도를 유지했다. 한마디로 큰 기대 없이 왔다가 크게 만족을 했다는 이야기다.

학교별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체험 교육을 시작하자 방송반이나 미디어 업종으로 진지하게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고급 과정에 대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미디어 체험 교육을 진행하려면 최소 교육 참가 학생수를 채워야 하는데 소규모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규모로 밀도 있게 진행할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강원도에서 청소년 미디어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소규모 미디어교육 조합과 협업을 해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소규모 방송 장비지만 학생들이 방송제작을 체험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했다.

학교로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도 병행했다. 지난해 강원도교육청과는 메타버스 안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험적으로 실시했다. 소셜미디어의 가상 공간에서 레거시 미디어 교육을 펼쳐 양 미디어간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미디어 사랑방 역할을 목표로 삼은 만큼 사업의 지속성에도 중심을 두었다.  미디어스쿨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MBC라는 브랜드에 대한 지역민의 높은 충성도가 한몫을 했다. 교육 개입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도 필요했는데, 교육을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를 자사 시청자 제작프로그램 <열린채널>에 편성함으로써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이것은 협찬주, 교육개입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전략이라고 생각됐고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지역 기업들의 역할도 컸다. 향토기업들의 고민 역시 지역출신의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근무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에 미디어스쿨에 단발성 지원보다는 적은 금액이라도 지속적인 지원을 제안했다. 이런 기획을 통해 지역에 미디어교육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네네봉구스의 협찬을 받아 지난해 7월 문을 연 작은 도서관.
네네봉구스의 기부를 받아 지난해 7월 문을 연 작은 도서관.

미디어스쿨 체험 교육은 자연스럽게 학생 진로지도 활동으로 확장됐다. 지방은 진로 교육에 있어서도 여건이 열악하다. 미디어스쿨에서 펼치는 교육의 지속성을 위해 진로 교육과도 연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고교 학점제가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좀 더 실질적인 미디어 진로 교육기관으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네네봉구스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위한 작은 도서관 사업을 펼쳐왔다. 네네봉구스 그룹은 제1호 ‘네네봉구스 작은도서관’을 상계동에 막 개관하고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교육을 사회공헌사업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우연히 접한 기사를 보면서 작은 도서관을 삼척사옥에 유치할 수 있다면 미디어 체험교육과 진로 탐색 교육을 연계해 미디어스쿨의 교육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취지를 네네봉구스 그룹에 제안하게 됐고 협업이 성사됐다. 양사는 2022년 1월 14일 네네봉구스 작은 도서관 설치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네네봉구스 그룹이 3억 원을 비영리재단을 통해 기부한 덕분에 삼척사옥 1층(약 90평)에 자리를 잡은 ‘네네 봉구스 삼척미디어라이브러리’는 지난해 7월 문을 열 수 있었다.

‘네네봉구스 작은도서관 삼척 미디어 라이브러리’는 기존 도서관의 정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미디어 문해력을 높이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됐다. 앞으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체험교육 프로그램들과 연계해 확장해갈 계획이다.

찾아가는 MBC 미디어스쿨이 개관 1년 만에 교육부 장관상을 받게 됐다. 동해시 도시재생사업 프로젝트에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접목시켜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방향을 실험한 혁신정신을 인정받았다. 학교·교육지원청·지자체·진로체험지원센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동해 광희고 방송반 학생들이 직접 도시재생 사업 영상콘텐츠를 만들었다. 도시재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선진지 답사와 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해시 삼화동 쌍용C&E 시멘트 공장 지역의 특색을 파악했다. 이후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시재생 결과물을 MBC 미디어스쿨 영상콘텐츠로 완성하는 프로젝트였다.

삼척미디어스쿨은 MBC강원영동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민들의 지지·격려 덕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동해·삼척 교육지원청의 진로 위탁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과 연계한 공동체미디어 사업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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