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붙잡는 OTT 쪼개기 전략, 득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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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만 들인 '더 글로리' 시즌1...'카지노' 파트1,2 나눠 공개
화제성 지속 목적 크지만, '몰입 방해' 시청자 반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사와 OTT에서 ‘콘텐츠 쪼개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다는 우려에도 이야기를 쪼개서 시리즈를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개 방식의 다변화는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주기가 짧아진 영향이 크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사업자들은 초창기만 해도 TV와는 다르게 드라마 여러 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몰아보기’ 전략을 고수하며 구독자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작품들이 넘쳐나고, 구독자의 OTT 갈아타기가 잦아지면서 OTT뿐 아니라 방송사들까지 화제성을 지속하기 위한 ‘순차 공개'가 부쩍 늘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쪼개기’ 공개 방식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공개되자마자 흥행 가도를 달렸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세계 5위(1월 1일 기준)를 기록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톡톡 튀는 대사로 입소문을 탔지만,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제대로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파트1이 끝나면서 시청자의 원성이 높아졌다. 넷플릭스는 16부작으로 사전 제작된 <더 글로리>를 8부작씩 나눠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순차 공개하고 있다. 파트2는 오는 3월 10일 공개된다. 이를 두고 “지금 보지 마라”, “나중에 봐라”, “기다리기 힘들다”라는 시청자 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도 파트를 나눠 공개하고 있다. 배우 김남길, 차은우가 출연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파트1은 매주 2부씩 순차 공개됐고, 내달 24일부터 파트2가 시작된다.

배우 최민식이 필리핀의 카지노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으로 분해 관심을 모았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도 시즌1과 시즌2로 나눠 공개되고 있다. 총 16부작을 시즌1에서는 1부부터 3부까지 한꺼번에 선보인 뒤 매주 새 에피소드를 공개했고, 내달 15일부터 시즌2를 방영한다. 

디즈니 플러스가 파트 1,2로 나눠 공개하는 '카지노'
디즈니 플러스가 파트 1,2로 나눠 공개하는 '카지노'

한동안 ‘몰아보기’로 구독자를 유인했던 OTT들이 작품 공개 시기 및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즈니+는 론칭 초기부터 다양한 공개 방식을 펼쳤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주 2회, <그리드>는 주 1회, <커넥트>는 6부작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한 바 있다.

넷플릭스 측도 “창작 의도에 따라 드라마 전편 동시 공개, 매주 공개, 파트제 방영 등 여러 방식을 시도하고 있고, 반응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OTT뿐만 아니라 방송사들도 ‘쪼개기’에 동참하고 있다. SBS <펜트하우스>는 시즌1 21회, 시즌2 12회, 시즌3 12회 총 45회로 기획돼 방영됐다. 최근 종영한 tvN<환혼>도 파트1 20부작, 파트2 10부작으로 나눠 공개됐다. 

이러한 ‘쪼개기’는 OTT 구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충성 구독자를 유지하려는 행위로 풀이된다. 실제 구독자들이 취향에 걸맞은 드라마를 ‘N차 관람’하며 작품의 복선을 분석하고, ‘최애’ 캐릭터를 품는 등 작품을 놀이하듯 ‘디깅’(깊이 파고드는 행위)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화제성이 높은 드라마를 파트를 나눠 공개하면 좀 더 오랜 기간 구독자를 붙잡을 수 있다. 제작진 측에서도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보다 나눠서 공개하는 방식이 후반 작업하는 데 좀 더 공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콘텐츠 공개 방식의 변화에 시청자들의 반감도 적지 않다. 시즌별 완결성을 추구하는 시즌제 드라마라는 개념보다 하나의 이야기를 나눠서 공개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지고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환혼>처럼 시간적 배경과 여주인공의 변화를 통해 독립된 구성으로 파트별 매듭을 지을 수도 있지만, 무작정 이야기를 잘라서 공개 방식만 바꾼다면 작품에 대한 기대감보다 구독자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쪼개기' 전략은 OTT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생긴 ‘궁여지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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