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압박 나선 대통령실…"공영방송 장악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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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 의견 듣겠다“
'분리징수' 찬성 의견 쏠리면 방통위 수신료 정책 급선회 가능성도
KBS "심각한 재정적 압박...공영방송 제도 존폐 직결"

대통령실이 지난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제안글을 올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지난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제안글을 올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PD저널=박수선 엄재희 기자] 대통령실이 직접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전에 나서면서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린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글에서 “최근 대부분 가정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해서 시청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며 “지금과 같은 수신료 징수방식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징수방식이 있는지, 나아가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달라”고 했다.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통합고지하고 있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수신료 징수방식은 ‘도서정가제’에 이어 대통령실이 두 번째로 국민참여토론에 부친 주제다. 대통령실이 올린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제안글은 현재 ‘추천 2846명’ ‘비추천 59명’(1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추천(찬성)을 받고 있다. 제안에 달린 의견도 ‘수신료 폐지’ ‘분리징수 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거나 정치권에서 수신료 제도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경우는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이런 식으로 전면에 나선 건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 <"尹, 강제징수에 의문"…TV 수신료, 국민 목소리 듣는다> 단독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 제안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보도다. 

ⓒKBS
ⓒKBS

특별부담금 성격인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는 제도는 여러 차례 법원의 심판대에 섰지만,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은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06년 수신료 납부를 규정한 방송법 64조와 수신료 징수업무를 KBS가 지정·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 67조 2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016년 대법원도 수신료 통합고지에 대해 ‘국민들이 받는 불이익이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때문에 수신료 제도 개선을 추진해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그동안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된 검토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수신료 회계를 분리하거나 합리적인 수신료 산정 절차를 마련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분리징수’ 찬성에 쏠린 권고안이 방통위에 전달될 경우 정책 방향이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KBS는 분리징수 논의가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KBS는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한전 위탁제도를 통해 수신료 징수의 공평성,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금액의 수신료로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공연한 수신료 납부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리징수 논의는 공영방송에 대한 심각한 재정적 압박이 되고, 나아가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공영방송을 위축시키고 언론을 장악하려겠다는 속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은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는 누가, 어떻게 제안을 하는 것인지 밝히고 있지 않으면서 ‘TV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이란 제목 아래 수신료 분리 징수를 제안하면서 대통령실이 직접 공영방송 길들이기,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 대책은 하나도 없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위축시키고 무력화시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속셈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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