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 "재원 통제하는 정부, 공영방송 정체성‧독립성 위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방송학회 21일 봄철 정기학술대회, KBS‧EBS 후원 세미나 '공영방송 재원' 주제로 개최
"현재 수신료 논의 방식은 정파적...반복된면 KBS 더욱 추락할 것"
"EBS 수신료 별도로 책정해야 특별부담금 논리에 부합"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EBS 특별세션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을 통제하는 시도는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가 나왔다. 

한국방송학회가 21일 개최한 봄철학술대회에서 KBS와 EBS가 후원한 세션은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가 공통된 주제였다. 특별세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공영방송의 역할 등을 재정립할 시기에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운영 재원' 주제로 발표한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대통령실의 국민제안토론은 공영방송의 콘텐츠와 서비스 측면에서의 차별성보다는 비용부담의 차이라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귀결을 시켜버린 문제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방송을 잘 만들어도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건 수신료 액수와 징수방식이고, 학회가 다양한 논의를 해도 시청자 입장에서 '왜 올리는데, 왜 통합징수하는데'라고 간단하게 역추론을 하게된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대통령실 경제적 가치를 일반적으로 내밀면 어떤 식의 투표를 하더라도 분리징수 찬성 의견이 다수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엄경철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제안이) 배경과 맥락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당시 시점에서 설명 가능한 고리들이 있다”며 “(대통령실의 제안 전에)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자녀 학폭을 단독으로 보도해 그날 저녁에 몇 꼭지 보도했다. 대통령실 측이 KBS 출입기자에게 ‘임명될 걸 어떻게 알고 바로 보도를 할 수 있었나. 사악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쯤에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관련 제3변제 정책이 나왔을 때도 KBS 보도 맥락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논의는 열려 있어야 한다. 최종 합의는 정치적으로 될 수밖에 없지만 현재의 접근은 정치적이지 않고 정파적”이라며 “한 정파의 이익을 위해 KBS 이익을 재검토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KBS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 정부는 공영방송의 성격과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고 재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TBS도 서울시가 재원을 차단했고, YTN도 공기업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여기에 공영방송 제도나 공영방송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논의가 빠져있다. 이 논의를 접어둔 채 형식논리를 따라가면 잘못된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운영 재원' KBS 특별세션 ⓒPD저널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주제로 열린 EBS 특별세션에서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센터장은 “수신료 논쟁은 정치권력이 교체됐을 때 가장 많이 발화가 되는데, 정치적 이해 속에 공격만 이뤄지고 본질적인 논의가 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존재가치와 사회적 위상에 논의가 이뤄지고 적합한 재원 모델, 징수 방식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소모적으로 끝나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회인지 위기인지 모르겠지만, 교육공영방송으로서의 차별적인 책무와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립하고, EBS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BS 후원 세션에서 ‘교육공영미디어의 재원 구조 건전화‘를 주제로 발표한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OTT로 헤게모니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사의 공적 재원 약화는 정체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EBS의 수신료 수입은 2000년 대비 2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반으로 줄었다. 재원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 징수 논의가 이슈인데, 수신료를 EBS에 시혜적으로 배분하는 구조다.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BS가 수신료 산정 인상 절차 등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EBS 몫의 수신료를 별도로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BS는 현재 수신료 2500원 가운데 한전 위탁징수 수수료에도 미치치 못하는 70원(3%)을 받고 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KBS는 보편적 공영방송, EBS는 특수목적 공영방송인데, EBS 수신료는 별도의 책정 시스템을 가져야지만 헌법재판소의 특별부담금 논리에 부합할 수 있다”며 '제도적 흠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회에 EBS 수신료와 관련해 3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EBS의 독자적인 수신료 산정 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EBS는 KBS와 목적성, 효용성이 다르기 때문에 공영방송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이원화시키고, 수신료의 준조세적 성격을 감안해 국회의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