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오역 논란에 인터뷰한 기자가 원문을 공개하자 26일 아침신문에선 무슨 망신이냐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윤 대통령의 방미 출국날인 24일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국민의힘은 ‘무릎 꿇어라는 것에 받아들일수 없다’ 문장에서 생략된 주어는 일본이라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생략된 주어’ 자리에 ‘저는’ 이라고 적힌 원문이 공개되면서 국민의힘은 후폭풍을 맞았다.
<경향신문>은 4면 <주어 뺀 대통령실, “주어 일본” 여당…WP, 원본 ‘I’로 일축>에서 “WP 기자 설명이 사실이라면 여당이 거짓 해명에 나선 꼴이다. 여당이 ‘무조건 감싸기’로 논란을 되레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지난해 미국 방문 당시 ‘바이든 날리면’ 논쟁에 이어 ‘I-Japan’ 논란이 비등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與 “주어 생략, 오역”에 WP 원문 공개… 이건 또 무슨 망신인가>에서 “윤 대통령 발언은 북핵 위협 등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사에 얽매여 한일관계 개선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또다시 거센 논란을 부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해외 순방 등 외교 무대에서 각종 실언 논란이 벌어진 데는 매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며 외교 현장에까지 그런 시각을 투영한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가 있었다. 외교적 언행만큼은 무겁고도 무거워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상식 밖 역사관에 놀라고, ‘묻지마 비호’에 급급한 여권 행태에 한숨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해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 확인하지도 않은 채 목소리부터 높이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오죽했으면 국민의힘조차 대통령 발언을 ‘일본 입장 대변’이라고 이해했겠는가”라고 탄식하면서 “윤 대통령 역사관도 문제지만, 이처럼 여권의 일방적인 대통령 감싸기 역시 볼썽사납다. 이런 비상식적 대응이 집권 세력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우리가 일본에 독일처럼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과하지 않는 것을 옹호해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일본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역을 주장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대통령의 논란 발언을 가짜뉴스, 거짓 선동으로 돌리는 게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소동 때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언론 탓을 했고,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이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 아니냐는 민주당에 대해선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한다고 몰아세웠다. 인정하지 않고 남 탓을 하면 국민 불신만 커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다루면서 민주당에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사설 <대통령 말실수만 기다리는 野, 불필요한 구설 만드는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데도 민주당은 나라 외교는 제쳐두고 대통령 말실수만을 찾고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의 그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황당한 일이 넷플릭스 한국 투자와 관련한 해프닝“이라며 양이원영 의원의 ‘윤 대통령, 넷플릭스에 투자’ 페이스북 글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문제 소지가 크다”며 “윤 대통령은 너무 많은 말을 한다. 그만큼 사고 소지도 크다. 이제는 대통령이 말은 줄이고 실천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