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포기하고 ‘마약 예방 교육’ 내세운 TBS 혁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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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익 대표, 머리까지 숙이며 사과…“서울시 홍보 방송으로 전락‘ 비판 

12일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 'TBS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TBS

[PD저널=엄재희 기자] 정태익 TBS 대표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정치 편향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시사프로그램 전면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혁신안을 12일 발표했다. TBS는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채널로 전환하겠다며 이번 개편안이 혁신안임을 강조했지만 서울시 정책을 반영하는 콘텐츠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방송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는 서울 마포구 TBS 본사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인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시민 여러분의 따끔한 비판을 귀담아듣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TBS 시사·보도 기능의 축소를 강조했다. 아침저녁 시사프로그램은 전면 폐지됐고 음악와 퀴즈를 가미한 <Good Morning TBS>와 <드라이브 뮤직> 등이 대신 편성됐다.

고민석 TBS 라디오 제작본부장은 “구성원들이 제작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식과 팀장과 본부장의 데스킹 능력 등 다양한 조건이 성취될 때까지는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TBS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장기적인 마약 예방 교육과 4060 중장년층을 위한 재취업 및 이직 컨설팅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TBS는 정치 편향 논란 대책으로 방심위 등 감독기관에서 법정제재를 받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의 출연을 규제하는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임직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행동강령’ 제정하기로 했다. 

TBS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도 마련했다. 대표이사와 부서장의 업무추진비를 올해 7월부터 전액 삭감하고, 간부의 연봉 4%도 반납한다.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면서 정원의 20%를 5년 내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이번 혁신안에 대해 TBS는 내외부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혁신안은 서울시와 사전 조율 등을 거치는 등 독립성 훼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공정성을 담보할 여러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예 폐지하겠다니 안타깝다”며 “이번 혁신안은 사측의 안이라고 보고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마약 예방 교육이 지역 밀착형 의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 근절을 강조하고 있는데, 서울 시정 홍보 채널로도 모자라 정권 홍보 채널로 TBS를 전락시키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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