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계일주2', 여행 예능의 새로운 맛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쏟아지는 여행 예능 속 인기몰이
정형화된 틀 벗어나 신선한 재미 선사

MBC '태계일주2'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MBC<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2>)가 여행 예능 범람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TV에서는 여행 예능이 쏟아졌다. 해외로 떠나고 싶은 시청자의 마음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이색적인 여행지를 찾거나 출연진을 변주하고 있지만,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를 막론하고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미미한 편이다. 특히 MBC는 <놀면 뭐하니?>와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주말 간판 예능 시청률이 4%대 안팎에 머무르며 고전 중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요 예능 <태계일주2>가 웹툰 작가 기안84의 예측불허 여행기로 예능적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지난 11일 시즌2를 시작한 <태계일주2>의 시청률은 안착 중이다. 첫 회 시청률 4.7%로 출발해 2회는 5.8%, 3회는 5.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시즌1의 최고 시청률인 5.2%를 넘어서며 향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2049 시청률은 3.1%(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기안84의 화제성도 만만찮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기안84는 TV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 1위(6월 3주차)를 차지했다. 동 시간대 방영 중인 KBS<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2%대에 그치고 있고, KBS<배틀 트립2>, tvN<부산 촌놈 in 시드니>, JTBC <뭉뜬리턴즈> 역시 시청률이 1∼2%대에 머무는 데 비하면 <태계일주2>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태계일주2>의 동력은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행동파’ 기안84이다. 시즌1에서는 지구 반대편 남미여행을 떠나 현지 문화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시즌2에서는 기안84의 버킷리스트인 인도 여행을 떠난다. 기안84는 이미 MBC<나 혼자 산다>를 통해 허물없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는데 이번 여행기에서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수식어를 가진 기안84는 장거리 여행임에도 여행 당일 조그마한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가 하면 인도 갠지스강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수영한다. 현지인처럼 맨손으로 커리에 밥을 비벼서 먹고, 현지 결혼식에 초대받아 화려한 스텝과 몸짓으로 춤추기에 이른다. ‘털털하다’라는 말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꾸밈없는 모습에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는 덤이다.

MBC '태계일주2'
MBC '태계일주2'

<태계일주2>에서 기안84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건 정형화된 여행 예능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행을 앞세운 예능에서는 정보를 중요시한다. ‘가성비’, ‘가심비’에 걸맞은 여행 상품이나 캠핑처럼 개인의 취향이나 트렌드에 발맞춘 여행 스타일을 소개한다. 특히 해외여행에서는 관광 명소 혹은 맛집 탐방에 공들인다. 실질적인 정보와 이색적인 볼거리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지만, 예능적 재미는 덜할 수밖에 없다. <태계일주2>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여행의 시작점과 최종 목적지만 정해져 있고,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전적으로 기안84에게 달려있다. 기안84의 즉흥성이 강한 만큼 여행하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은 여행 예능의 밋밋함을 덜어낸다. 마사지, 결혼식 등 현지 문화를 즐기며 여행의 묘미를 살린다.

기안84와 함께하는 출연진의 조합도 색다르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의 구성원인 배우 이시언 대신 유튜버 덱스가 새롭게 합류했다. 덱스는 기안84와 극과 극의 성향이지만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특히 인도 전통 체육관에서 레슬링 시합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았다. 이 장면은 최고 시청률(7.8%)을 기록했다. 빠니보틀은 시즌1과 시즌2 모두 방송 중반에 합류해 여행의 활기를 북돋는다. 빠니보틀은 구독자 178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값싼 숙소나 식당을 선호하는 ‘초저가 여행자’로 유명하다. 산전수전을 겪은 만큼 여행과 언어에 능숙하지만, 시즌1에서는 여행 초보가 겪을 법한 실수를 저지르는 등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해냈다. 여행 예능의 틀을 깨고 현지 감성에 충실한 좌충우돌 여행기인 <태계일주2>는 새로운 여행의 맛을 선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