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상을 파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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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 오은영 박사 논란에 대해

 '오은영 리포트' 공개방송 ⓒMBC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방송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특히 비약과 과장, 생략의 TV 제작메커니즘이 인기와 영합하면 결과는 위험해진다.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으로 전국의 교사들이 공분하며 추모제를 여는 가운데 ‘금쪽이’ 상담으로 인기를 끈 오은영 전문의에게 불똥이 튀었다.

그동안 교권 추락을 개탄하던 교사들의 성난 목소리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박사에게 집중된 데는 이유가 있다. 오 박사는 학급 분위기를 망치고 학급 친구들의 학습권을 침해해 온 일명 '금쪽이'들의 치료와 상담에서 주로 학부모를 향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라"거나 "문제 아이는 없다, 양육에 문제가 있을 뿐"이란 주문을 했다.

오 박사는 <요즘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오은영 리포트>, <오케이? 오케이!>, <써클하우스> 등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오 박사가 등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을 보증받는 섭외1순위가 됐다.

칼럼니스트 하성태 변호사는 “오 박사는 <금쪽같은 내 새끼>가 인기를 얻고, 유사 프로그램이 생겨나며, 아동을 넘어 성인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방송국이 환호할 만한 유형이 맞았다. 반면 오 박사가 출연한 성인 대상 상담 프로그램은 자극적인 소재가 지적되기도 했다. 어찌 됐든 한 회 한 회 화면 속 문제 아동을, 성인들의 심리를 꿰뚫고 솔루션을 내려주는 오 박사의 '치료'법은 말 그대로 방송에 최적화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오 박사가 소아 청소년 상담에서 성인이나 부부상담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데는 시장성을 내다본 TV방송사의 판단과 요청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아 상담에서조차 이미 문제제기가 같은 전문의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측면은 없을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박사가 최근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금쪽이’(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부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해당 프로그램들은)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약 그것(해결)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 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했다.

오 박사의 문제 해결 능력에 서 박사가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부모나 교사에게 책임만 묻는 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가 많다는 것을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오 박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 아이들은 몇 번 상담과 몇 번의 치료솔루션으로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현실은 과연 방송이 보여주는대로 그런가?

서 박사는 여기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고 있다.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이나 권위를 위해 의도적으로, 혹은 은연 중에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서 박사의 지적은 정확하다. 방송사가 한 사람의 능력을 과대포장하여 환상을 심어주고 전국의 학부모들이 오 박사만 찾는 기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뛰어난 오 박사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과대포장하고 모든 문제아의 학부모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것은 바로 방송사다. 상담 치료 등으로 복잡다단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시간 또한 오래 소요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오 박사를 방송사에서 어떻게 소비, 이용하고 있는가.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시청률 보증수표’ 오 박사를 출연시키기 위해 PD는 물론 방송사 전체가 섭외에 나서야 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초등생, 두 달간 교사 폭행... 전치 4주에도 머리채 잡고 넘어뜨렸다.”

“초6에 폭행당한 여교사... 남편 ‘학부모는 끝까지 아내 탓’ 분노”

“초등생에까지… 얻어맞는 교사 5년간 1100명”

이런 뉴스제목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오 박사의 치료프로그램도 물론 필요하지만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절실한 교권 보호와 확립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오 박사에게 온통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도 건강한 토론을 방해한다. 교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교육부, 교육청의 문제는 쏙 빠져있다. 특히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존재의 이유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론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방송’의 현실은 항상 부작용을 동반한다. 방송사의 환상은 현실의 눈물과 고통을 모두 치유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다. 출연자도 방송사도 절제가 필요하다. 인간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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