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장 해임 사유 살펴보니...의혹만으로 '묻지마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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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근본적 신뢰 훼손'되어야 한다는데...모호한 사유로 강행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방통위는 방송장악 폭주를 멈추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PD저널=엄재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남영진 KBS 이시장을 해임하면서 법인카드 사용 논란과 KBS 관리감독 해태를 해임 사유로 들었다. 지난해부터 감사원은 KBS 이사회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으나 10개월여 만에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남 이사장의 법인카드 논란을 현재 조사 중이다. 이렇다 할 사유없이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들에게 대한 해임을 강행하면서 '묻지마 해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의혹'만으로 해임 강행 
방통위는 남 이사장 해임 사유에 대해 "법인카드 사용 논란과 관련하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등 KBS 이사로서 신뢰를 상실해 더 이상 직무수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은 남 이사장이 회사 근처 중식당에서 150~300만원에 이르는 식대를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거주 지역 주변 영농법인에서 수백만원 대의 물품을 구매했다며 '김영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4일 만에 4명의 조사관을 KBS에 보내 고강도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권익위는 검사 출신 김홍일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남 이사장은 KBS노동조합의 의혹 제기와 관련하여 식대는 KBS 관계 직원들과 함께한 송년회 회식비라고 밝혔고, 물품 구매는 KBS 이사회 사무국 직원들에게 3만~5만원 상당의 선물을 구매한 것이라며 부정한 사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KBS 야권 성향 이사들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 "권익위의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근거로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냐"며 "이를 근거로 해임하는 것은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위법한 조치이자 권한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모호한 해임 사유
방통위는 남 이사장이 KBS 상위 직급의 임금구조 문제 및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에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도 해임사유로 꼽았다. 방통위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KBS의 경영 성과 등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했다"고 밝혔다.

KBS는 고연봉 등 방만경영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 왔지만, KBS 이사회 이사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기 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 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KBS의 인건비 통계를 보면 일부 개선된 사실도 있다. 2021년과 2022년 KBS 임·직원 1인당 평균임금은 1억 135만원에서 2022년 1억 29만원으로 106만원 감소했고, 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율은 35.7%에서 31.2%로, 연봉 1억 이상 직원 비율은 51.3%에서 50.6%로 소폭 감소했다. 

KBS 야권 성향 이사들은 입장문에서 해임사유로 거론된 임금구조 문제에 대해 "올해 KBS 이사회가 승인한 보수규정 개정안을 보면 KBS는 임금을 2.4% 올렸는데, 이는 물가상승률 2.5%나 경제성장률 4.0%보다 낮은 수준으로 합리적인 임금인상"이라고 반박했다.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로 지목된 '전세자금 대여제도'는 비연고지로 전출하는 직원의 주거안정을 취한 장치이며, 2022년 무상교육 대상이 아닌 자사고 등의 학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절차 따른 의결도 문제삼아
방통위가 지난달 25일 밝힌 남 이사장에게 보낸 해임 건의 절차 사전통지서내용을 보면, KBS 이사회가 윤석년 전 KBS 이사 '해임건의안'을 부결한 점도 해임 사유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윤석년 KBS 이사에 대해 지난 5월 여권 성향 이사들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지만 이를 부결했다는 것이다. 당시 KBS이사회는 여권 성향 이사 4인이 퇴장한 가운데, 참석인원 10인 중 6인 과반수 동의로 해임건의안을 반대했다. 무죄추정 원칙과 '이사 해임건의'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표결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친 것이다.

방통위는 'KBS 경영평가'에 이사회가 개입한 점도 문제삼았다. KBS이사회는 지난 5월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 보고서' 초안이 'KBS 경영평가 지침'에 위배되었다며 일부 내용을 수정해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를 '경영평가 부당 개입'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KBS 이사회가 수정한 내용은 보수성향의 '공정언론국민연대' 방송 모니터 보고서를 인용해 KBS가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이 내용을 작성한 김백 경영평가 위원은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KBS 이사회는공정성 위반을 지적할 수 있지만 객관적이고 검증된 자료로 평가해야 한다며 경영평가단에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영평가 지침에 근거해 직접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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