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시대 위기'와 맞물린 남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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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드라마 '연인' 인기 상승세
병자혼란 배경 사극 로멘스에 관심 집중

MBC 금토드라마 '연인'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MBC <연인>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인>은 1636년 병자호란 와중에 두 남녀가 펼치는 비극적인 사랑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다룬 금토 드라마다. 첫 방송 이후 5%대를 유지하다가 6화에서 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MBC에서 올해 7%대를 넘긴 첫 금토 드라마이자 <빅마우스>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동 시간대 경쟁작인 SBS〈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도 역전했다. 특히 <연인>은 MBC에서 처음 기획된 파트제 드라마(10부작)로, 현재 방영 중인 파트1에 이어 파트2는 10월 중 방송될 예정이다. 호흡이 긴 사극 장르를 파트제로 쪼개는 만큼 드라마 몰입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연인>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연인>은 드라마 제목처럼 남녀의 사랑이 주요하다. 능군리 사교계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사내 이장현(남궁민)과 불의를 참지 못하고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 마는 철부지 애기씨 유길채(안은진)의 만남. 자칫 뻔해 보이는 로맨스는 두 남녀를 시대적 상황에 몰아넣으며 변곡점을 만들었다. 극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한 것처럼, 남북전쟁은 병자호란이 대신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목한다. 장현의 능청스러움이 극 초반을 이끌고, 병자호란이 터지면서 길채의 주체적이고, 사투를 벌이며 겪는 변화의 과정이 부각되고 있다. 남녀의 사랑이 ‘시대의 위기’와 맞물리며 겪는 우여곡절은 몰입감을 높인다.

시대는 개인의 신념과도 얽혀있다. 이장현과 남연준은 시대에 조응하냐 불응하냐를 두고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에 관한 엇갈린 태도를 보인다. 장현은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는데 왜 백성이 임금을 구하냐”라고 말하자, 연준은 “나라의 근본을 구하는 일”이라며 의병 활동의 정당성을 밝힌다. 남연준은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며 오랑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장현은 세태를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 반박한다. 병자호란의 불씨가 번질수록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장현은 자신을 스스럼없이 받아준 능군리 사람들을 위해 움직인다. 송추할배의 죽음을 목격한 뒤 “내 임금님 구하는 건 재미없어도 송추할배를 이리 만든 놈들은 가만 못 두지.”라며 각성한다. 이렇듯 신념이 굳건하거나,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빚어진 인물의 선택은 극적 묘미를 살린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MBC 금토드라마 '연인'

<연인>은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특히 능군리에서 곱게 자란 양가댁 애기씨 유길채와 경은애도 피하지 못한 피난의 여정이 눈길을 끈다. 피난하기 전 마냥 꽃신을 아까워하던 철부지 길채는 오랑캐의 습격이 시작되자 겁탈당할 뻔한 은애를 구하며 강인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오랑캐를 따돌리기 위해 눈길 위 발자국을 지우는 기지를 발휘한다. 몸종인 방두네는 만삭의 몸으로 피난길에 올라 출산 후 갓난아이와 함께 여러 번 고비를 겪는 등 조선 시대 여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장현과 길채가 헤어짐과 재회를 거듭하며 쌓이는 로맨스의 애절함만큼 전쟁 풍화 속에서도 움트는 백성들의 생명력을 주목한다.

<연인>의 힘은 사극에 특화된 황진영 작가의 공이 크다. 황 작가는 지난 2011년 MBC<절정>으로 데뷔한 후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수백향>에서는 백제 무령왕의 딸의 시선으로 일대기를 그렸다. <역적>에서는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홍길동의 일대기를 풀어낸 바 있다. <연인>이 병자호란 이후 중후반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사극 로맨스에 더해 백성들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지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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