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 축소가 미치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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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4]

ⓒ픽사베이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국내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을 대폭 축소했다. 한때 방송콘텐츠의 핵심 '캐시카우'였던 주중 미니시리즈가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동일 시간대에 KBS2, MBC, SBS가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를 동시 편성하여 경쟁이 치열했다. 이렇게 치열한 시청률 전쟁 속에서 K-드라마의 품질이 상승하고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춰왔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동시에 방송하면서 2019년 이후부터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한껏 높여 놓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국내 드라마 생태계는 위기에 처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월화드라마는 KBS 2TV에서 <순정복서>만 방송하고, 수목드라마는 하나도 없다. 다만, 금토 드라마로 MBC의 <연인>과 SBS의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방송되고 있고, 한시적으로 SBS만 목요일에 <국민사형투표>를 방송하고 있다. 결국 드라마 한 띠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이렇게 된 절대적인 이유는 제작비의 증가다. 2013년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가 3억 7,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10년 만에 거의 3배인 10억 원이 넘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9억 원<재벌집 막내아들>이 22억 원이고, <오징어 게임> 28억 원, <수리남>은 58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광고가 주된 재원인 방송사로서는 광고와 판매를 통해서 지급한 외주 제작비를 리쿱(만회)하지 못하기 때문에 드라마 편성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 자리를 예능이 채우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뿐만 아니라 tvN도 CJ ENM의 적자 구조 속에서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였고,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도 적극적인 오리지널 제작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편성을 받지 않고 드라마 제작에 들어갔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편성이 수월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면서 재정 상태가 좋지 않게 되면서 편성을 대폭 축소하여 미편성 드라마가 100편에 달한다고 하며, 20편 정도만 제작이 진행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지상파 3사

방송사에서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 국내 드라마 제작 생태계가 망가진다. 방송사가 편성을 하지 않으면 드라마 제작 기회가 사라지고, 드라마 제작이 안 되면 보조 출연자나 스태프 등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한동안 선순환 구조에 있던 드라마 시장이 이렇게 악순환에 처해진다. 어렵게 일궈 놓은 드라마 한류 시장이 축소되고 드라마 한류는 글로벌 OTT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글로벌 OTT가 국내에서 제작에 손을 놓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스웨덴 공영 방송사 SVT의 CEO 한나 스톄른(Hannah Stjärne)은 지난주 유럽 공영미디어 기구를 대표하여 에든버러 TV페스티벌에서 글로벌 OTT가 전략적 전환에 취약하므로 유럽의 시청자들은 글로벌 OTT가 오리지널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의 공영 서비스 미디어 기구는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드라마 제작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OTT, 특히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한다. 한국리서치가 운영하는 1,500명의 모바일 KOI(Korean OTT Index) 패널 데이터로 파악하는 OTT 콘텐츠 이용률 조사에서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가 2023년 상반기에 이용한 콘텐츠 시청시간이 2,719만 시간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261만 시간의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서비스한 <일타 스캔들>이다. 웨이브에서 독점한 <모범택시>는 1,217만 시간으로 3위이고, 티빙 독점 <서진이네>는 699시간으로 6위이다. 그만큼 <더 글로리>의 인기는 매우 높았고, 높은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지난주에는 한국리서치에서는 넷플릭스의 <마스크걸>이 1위를 했으며,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제공하는 화제성 지수인 FUNdex에서 <마스크걸>이 1위, 디즈니+의 <무빙>이 2위를 기록했다. 키노라이츠가 조사하는 화제성에서 디즈니+의 <무빙>이 1위를 했다.

현재 드라마 제작시장은 시장 실패 상태라고 생각한다. 시장 실패란 시장이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현재 드라마 시장이 그렇다.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특히, 넷플릭스라는 외부효과가 시장 실패의 절대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코즈 정리(Coase theorem)처럼 드라마 제작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협의를 통해 조정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과거 예를 보면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상생의 콘텐츠제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이런 노력이 전무했다. 이제 정말 드라마 시장의 상생과 선순환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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