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론과 싸우는 대통령...분통 터지는 건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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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 상임위원]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권력감시와 견제기구인 미디어 전체를 싸잡아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강도와 내용이 더 심각해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언론을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며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힘 소속의원과 각 부처 장차관 등이 모인 연찬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하여 "1 더하기 1을 100이라 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등의 발언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언론을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다' '언론이 24시간 정부 욕만 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비판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로 요약된다.

먼저, 언론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언론도 경청해야 한다. 다만, 언론 비평은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언론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다. 더구나 그 비평 형식과 내용이 비약과 과장에다 국민적 설득력이 떨어질 때 이는 민주주의 작동방식을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언론을 야당 지지세력이 집고 있다”는 주장은 얼마나 옳은가. 여기서 언론이라면 신문과 방송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보시다시피 신문은 '조중동문'을 비롯하여 친정부성향이 다수다. 더구나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정부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지않고 있다는 불만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판매대에 QR코드를 스캔해 확인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판매대에 QR코드를 스캔해 확인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보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정부 때를 되돌아보라. 노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동아일보는 “노, 당선 기여한 매체외엔 부정적”이란 제목으로 비판에 앞섰다. 조선일보도 똑같이 보도한 것 외에 “노무현식 언론개혁” “이름만 바꾼 대북정책” 등 하루에 4건의 비난성 부정적 기사를 올렸다. 중앙일보 역시 취임식날 ‘문창극 칼럼’을 통해 “취임식 날 이 아침에”라는 칼럼으로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 불만을 기사화했다. 조중동 당시 언론은 노 대통령 비난과 욕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집중하지않았던가.

참여정부 초기 보수언론은 ‘허니문’(정부비판 보도 자제) 기간도 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이 선택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태도였다. ‘경기침체’ ‘경제위기’,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아마추어 정권’, ‘정책 혼선’ 등등 온갖 폄하 단어를 동원해 공격했고 그 공격은 임기 끝까지 이어졌다.

'조중동문'은 노 대통령을 틈만나면 물어뜯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조중동문'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언론’에 포함될텐데 얼마나 억울할까.

더구나 방송은 종편방송사가 하나같이 윤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비판을 받는데, “24시간 정부 욕만 하고 있다”니 TV조선, 채널A 등 종편 방송사들이 놀랄 일이 아닌가. 얼마나 더 분발해야 하나.

윤 대통령은 미디어 구분없이 “언론이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다. 24시간 정부 욕만 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실제로 그런 언론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언론이 있다면 윤 정부의 특기, 바로 고발하고 압수수색했을 것이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판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그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왜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민과 언론과 싸우려하는가.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의 얼굴은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이다. 말은 거칠고 내용은 비약과 과장이 주를 이뤄 대통령의 품격이나 신뢰는 찾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언론을 비난하고 국민과 싸우겠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전에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기자들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라.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후 도어스테핑을 하다가 어느날 해명도 없이 중단했다. 그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않아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알 길이 없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질문을 하지못하는 기자들, 그런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존립의 가치가 없다. 언론을 비난하기전에 언론에 속한 기자들을 먼저 존중해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은 같은 해 11월 21일부로 잠정중단됐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은 같은 해 11월 21일부로 잠정중단됐다. ⓒ뉴시스

둘째, 사과부터 하라.

장모와 부인 등이 범죄사건에 연루돼 법원을 드나드는 차원을 넘어 법정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적어도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그 장모를 향해 “남에게 10원 한 푼 피해준 적이 없고 피해자”라는 식으로 옹호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 발언의 진위여부를 따지기전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모습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해병대 사병 사망사건과 수사단장의 진실규명 요구에도 대통령이 직접개입했다는 주장, 김건희 고속도로 사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자신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 사과건수는 차고넘치지만 대통령은 화난 표정만 지어낸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국민을 버리면 국민도 대통령을 버린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한국 언론을 존중하라.

윤 대통령은 외신과는 인터뷰를 하면서 국내언론은 조선일보 외는 지금까지 상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외 민감한 문제를 외신을 통해 알게되는 국민의 자존심, 정보주권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MBC에서 ‘바이든이...’라는 녹취를 틀고 보도했다고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않는 옹졸한 대응방식도 국내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한국언론을 존중하지않아도 알아서 잘 보도해준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도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대통령도 언론도 주권의식을 가질 때 가능한 법이다.

윤석열을 선택한 유권자들도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매일 화난 얼굴에 도리질을 보게될 줄이야 상상했으랴. 더구나 일본 국익을 위해 일본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데 앞장 서서 옹호하며 자국의 국민을 상대로 눈을 부라리며 공개적으로 싸우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실책도 허위도 차곡차곡 쌓이는 법. 언젠가 발화점이 오면 그때는 정말 24시간 욕하는 언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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