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수 없는 방송의 날 6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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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연 작년 절반 수준 축하객…위기감 팽배
‘전파 독립’ 무색…방통위는 '방송장악위원회로 변질‘ 오명

언론현업·시민단체가 지난 2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방통위를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

[PD저널=엄재희 기자] 오는 9월 3일 방송의 날이 60주년을 맞는다. 방송의 날은 1947년 9월 3일 우리나라 방송이 국제무선통신 회의에서 일본 호출부호 ‘JO’ 대신 독자적인 호출부호 ‘HL’을 배당받은 것을 기념해 1964년에 제정됐다. 전파 독립과 방송 독립을 축하하는 날인 것이다.

공영방송 '민영화' 위기
하지만 올해 방송계는 마냥 축하할 수 없는 분위기다.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 참석자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방송계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TV수신료 분리고지, YTN 지분 매각 추진, TBS 지원조례 폐지 등 방송의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와 EBS는 수입 감소로 공적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여권은 기세를 몰아 KBS 2TV와 MBC 민영화 불씨까지 지피고 있다. 신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8일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선도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종편 출범을 통해 미디어 시장의 경쟁을 가중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의 최소한의 역할만 두고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5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은 자신들이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의 경영악화를 핑계로 공영방송 민영화를 실행할 것"이라며 "정경유착이 일상화된 재벌기업에게 공영방송을 팔아 기어이 영구적인 극우방송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1일 방송의 날 축하연 자리에서 김의철 KBS 사장(한국방송협회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급격하고 인위적인 변화들은 공영방송 독립과 존립의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의철 KBS 사장(한국방송협회 회장)이 9월 1일 열린 제60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김의철 KBS 사장(한국방송협회 회장)이 9월 1일 열린 제60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흔들리는 방통위 위상...'방송장악위원회'로 변질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여야 하지만 오히려 정부의 입김에 취약하다. 방통위는 TV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을 개정 과정에서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일방적으로 10일로 단축했다. 중요한 사안을 방송 종사자는 물론이고 여론 수렴도 없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면서 방송계 내부에선 "공포감마저 든다"고 할 정도다.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이 무너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취임 다음 날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를 각각 임명했다. 현재 '대통령 몫'으로 추천된 위원 2명만 남아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앞서 김효재 전 방통위원장 권한대행도 3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중요 현안을 3명의 위원이 다수결로 처리했는데, 이제 대통령이 임명한 2인에 의한 독재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악명을 듣는 사이비기구로 전락했고, 역사적 소명은 끝났다"고 했다.

되풀이되는 '방송장악' 논란
'방송장악' 우려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방송의 날을 앞둔 30일 KBS 이사회는 김의철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을 논의했다. 이사회가 여권 주도로 재편된 직후 벌어진 일이다.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권태선 이사장 이후 김기중 이사도 곧 해임될 전망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영방송을 두고 장악 논란이 불거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되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치권력이 국가권력을 장악하면 방송을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와 법체계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방송장악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 언론개혁 우선순위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것을 이행하지 못한 부담이 지금 현장 언론인과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양승동 전 KBS 사장은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의 역할이 있고,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벗어나 공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미디어 생태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는 대책 마련보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아예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18일 국회 앞 ‘언론장악 학폭무마 이동관은 절대 안 돼 만민 촛불집회’에 사용된 손피켓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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