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을 보는 다섯가지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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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5

디즈니+ '무빙'
디즈니+ '무빙'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디즈니+에서 8월 9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무빙>이 공개되는 수요일은 ‘무요일’이라는 밈까지 생겨났다. OTT 통합 검색 및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츠에서 공개한 첫 주부터 신호등 평점 93%로 통합 랭킹 1위를 달성했고, 3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K-콘텐츠 경쟁력 전문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화제성을 발표하는 펀덱스(FUNdex)의 ‘TV-OTT 종합 화제성’에서는 8월 둘째 주와 넷째 주에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OTT 콘텐츠의 인기 순위를 파악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도 디즈니+ 국내 플랫폼 순위가 8월 10일부터 31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무빙>의 성과를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다섯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이다. 2015년에 공개된 강풀의 웹툰 <무빙>이 원작으로 웹툰 원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도 썼으며, 2021년 8월부터 1년간을 촬영하여 1년의 후반 제작을 거쳤다. 국내 드라마 중 최대 제작비인 500억 원이 투입되었고, 후반 CG 작업으로 150억 원이 추가되어 최대 650억 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총 20부작으로 8월 9일에 7부작만 공개하고, 매주 수요일 2회씩 선보이고 있으며 9월 20일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무빙>을 바라볼 첫 번째 관점은 한국형 히어로물의 작품성이다. 기존에 디즈니+ 오리지널로 호평을 받았던 <카지노>나 <형사록>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에 공개한 7회까지는 천천히 서사를 풀어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었고, 이후에는 빠른 스토리로 영화같은 퀄리티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히어로물이 지구나 우주를 지킨다면 <무빙>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간절하게 지킨다는 점에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회당 32.5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의 가치를 명실상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포브스≫에서도 “<무빙>은 잘 짜인 스토리텔링이 여러 수준에서 작동하여 흥미를 유지한다. 잘 연출된 액션 장면이 많은 슈퍼 히어로물임에도 감정적인 부분이 잘 전개되었다.”고 평했다. 미국 연예 매거진인 ≪버라이어티≫나 ≪데드라인≫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견줄 작품으로 평가했다.

두 번째, OTT 플랫폼의 균형이다. 항상 한 분야에서 특정 기업의 독점은 소비자에게 좋지 않다. 국내외 OTT 플랫폼에서 넷플릭스가 독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디즈니+의 인기가 급증하면 OTT 플랫폼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라도 세워졌으면 한다.

최근 디즈니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팀을 해체하여 한국에서 더 이상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디즈니가 <무빙>의 성공이 한국 시장의 가치를 인정하고 새롭게 전략을 수정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에서도 이런 화제작의 출현이 절실히 필요하다.

디즈니 +
디즈니 +

셋째, 콘텐츠 대 플랫폼 전쟁이다. 콘텐츠가 중요하냐, 플랫폼이 중요하냐는 오래된 논의가 있다. 지금까지 대체로 플랫폼이 더 중요하다는 논의가 많았다. 플랫폼이 부족하고 SNS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활성화하기 이전이다. 드라마를 방송할 곳이 KBS와 MBC만 있던 1980넌대는 플랫폼이 중요했다. 어느 플랫폼에 콘텐츠를 방송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콘텐츠라도 성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좋은 콘텐츠라면 어디 플랫폼에서 공개해도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방송한 ENA가 이를 대변한다. <무빙>도 OTT 플랫폼에서 한참 뒤지던 디즈니+에서 공개했지만 결과는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기관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의 이용자수가 <무빙>을 공개하기 전인 7월 31일 주간 대비 8월 2일 주간에 93%가 증가했고, 7월 대비 8월 일평균 이용자수는 48% 증가했다.

네 번째, 한 번에 공개하기와 주별 공개이다. 넷플릭스는 한 번에 공개하여 몰아보기(Binge-watching) 시청 관습을 만들어 냈다. 한 번에 공개하는 문제는 콘텐츠의 수명이 너무 짧고 플랫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수명이 너무 짧다고 판단하여 <더 글로리>처럼 하나의 시즌을 두 개로 나누어 기간을 두고 공개하기도 한다.

<무빙>은 8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7주에 걸쳐 공개한다. 콘텐츠가 인기 있으면 그만큼 오랫동안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넷플릭스를 제외한 미디어 기업들은 전통적인 공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 지속을 위해서는 주별 공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OTT 구독자 유지다. 최근에 “Churn, Baby, Churn”이라는 아주 재미있는 표현을 접했다. ‘Churn’은 유료TV에 가입했다 해지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다가 해지하는 행위인 ‘이탈’을 뜻한다. 그런데 ‘Baby’는 아이라는 뜻 외에 생각이 나지 않아 정확히 무슨 뜻인지 해석하기 어려웠다. 사전을 찾아보니 ‘interest’, 즉 관심사라는 뜻이 있었다. 이 표현은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볼 콘텐츠가 있으면 가입했다가, 볼 게 없으면 해지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의미의 표현이다. 이처럼 OTT 세상은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모아 가입시키고 구독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토종 OTT의 확장을 위해서 웨이브와 티빙에서도 멋진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한다.

<무빙>은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OTT 시장에서 플랫폼의 다양성을 보여준 소중한 사례다. <무빙>의 제작사 NEW 스튜디오와 미스터.로맨스는 영화 제작이 주업이다. 연출자도 영화 감독 출신이고, 연기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배우가 주로 포진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무빙>은 기존 드라마와는 색다른 포맷을 만들어 냈다. 콘텐츠는 매너리즘에 빠지면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다.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방송 콘텐츠 시장이 효율성과 지속성을 갖춰 국내와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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