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민희 오보', 용서받기 힘든 동아일보의 반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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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최민희 부적격 판단' 오보...정정보도 낸 동아일보

동아일보 ⓒ동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PD저널=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언론이 정부의 공식 판단에 앞서서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신문과 방송사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 기정사실로 된다. 부당하게 당하는 개인은 속수무책이다. 언론윤리강령은 잘못된 여론재판이 정부의 기능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명예·인권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언론사가 신중을 기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제6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해 법제처가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던 동아일보가 40여 일 만에 정정보도를 했다.

동아일보는 2023년 9월15일 자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본보는 8월4일 자 6면에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법제처는 최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라고 간단히 보도했다.

동아가 ‘법제처가 부적격자로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갔을 당시 조선·중앙·한국·국민·매경 등 신문사들은 확인도 없이 합창보도를 했다. 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등 방송사도 보도했다.

9월 15일 동아일보 25면
9월 15일 동아일보 25면

구글의 생성형 AI를 돌려보면, 이중 신문사들은 대부분 정정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고 방송사들은 정정조차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법제처가 하지 않은 판단을 자기들이 먼저 보도했을까. 혹시 동아가 법제처에 희망사항을 요구한 것은 아닐까. 동아가 왜 그런 무리한 오보를 했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아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보도 당시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4일 동아일보는 6면 <법제처 최민희 내정자에 “방통위원 부적격” 판단> 기사에서 “법제처는 최 내정자의 부적격 이유로 이해충돌, 허위사실 유포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등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위 인용문장에서 서술형이 '알려졌다'로 끝나는 것을 보면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추측이고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알려졌다’라는 표현은 언론이 보도에 자신이 없을 때, 확인되지않았을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앞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는 뉴스는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문제는 법제처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고 있고, 동아가 취재했을 때도 ‘검토 중’이라고 답했을 텐데, 왜 ‘부적격 판단’이라고 몰아갔을까라는 의문이다. 동아는 왜 그런 식의 위험한 오보를 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동아의 오보는 ‘매우 고약한 정도를 넘어 용납할 수 없는 반저널리즘’이라고 판단한다. 그 근거는 3가지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 등 비경제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첫째, 정부 부처의 판단을 언론사가 자의적으로 예단했다는 점이다.

언론사가 정부 부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사명이다. 그러나 언론사가 정부 부처를 대신하여 판단, 결정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동아는 단순한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월권과 대리 정부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개인의 인격권을 짓밟았다는 사실이다.

언론자유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권 보호라는 가치와 양립할 때 존중받는다. 그 대상이 야권의 최민희 내정자가 아니라 여권의 그 누구라도 합당한 근거없이 함부로 ‘부적격자’라고 낙인찍을 자유를 언론사에 주지않았다. 동아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의 대대적인 보도로 최 내정자는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사회적 공기 언론이 사회적 흉기로 변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래서 언론윤리강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셋째, 취재 성실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동아는 사실을 중시하는 저널리즘보다 주장이 앞서는 정치편향 언론사로 스스로 신뢰를 저하시켰다.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취재를 통해 ‘확인’ 또 ‘확인’하는 것이다. 법제처가 단 한 번도 확인해 준 적 없이 ‘검토 중’이라는 사안을 ‘부적격’이라고 보도한 기자, 그리고 한 달여 지난 뒤 오보라고 정정하는 메커니즘은 당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는 언론사는커녕 멀쩡한 눈을 찔러 피눈물 흘리게 만드는 언론사에 미래가 있을까. 자체 확인 없이 따라 하기 바쁜 주요 신문사, TV 방송사들의 신뢰도가 주요 국가의 바닥 수준이라는 것은 언론개혁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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