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음엔 K-다큐…이목 집중된 글로벌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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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
전직 넷플릭스 다큐 책임자가 전한 피칭 체크리스트
“동시대 사람들 현안 가장 관심 있는 영역…공감대 형성 관건”

11월 9일 열린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에서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지낸 알로크 데비찬드가 ‘글로벌 OTT 다큐 기획 및 제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성헌
11월 9일 열린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에서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지낸 알로크 데비찬드가 ‘글로벌 OTT 다큐 기획 및 제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K-다큐가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한중일 PD 100여명이 모인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에서 최대 화두는 ‘글로벌 진출 전략’이었다. 대다수 콘텐츠를 OTT로 시청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방송사가 제작하는 전통적인 문법의 다큐멘터리의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다큐 PD들의 시선도 해외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시청자들을 만나기 위해 올라타야 하는 글로벌 OTT의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 둘째날인 9일,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역임한 프로듀서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거쳐 영국 프로덕션 마인드하우스에서 다큐멘터리를 총괄하고 있는 알로크 데비찬드는 이날 ‘글로벌 OTT 다큐 기획 및 제작’을 주제로 구체적인 팁을 전했다. 

그는 4년 동안 넷플릭스에 있으면서 오스카상 수상작인 <엘리펀트 위스퍼러스>, 국제에미상을 수상한 <호프 프로즌: 두 번 사기 위한 탐구>, 한국에서 벌어진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다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등을 담당했다. 
 
알로크 데비찬드는 “당시 넷플릭스 커니셔너로 가장 관심을 가진 장르는 스포츠, 수사물,역사, 음악 다큐였다“며 ”여러 OTT 플랫폼을 분석했을 때 이런 장르에 작품이 몰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선호하는 다큐 주제를 묻는 질문에는 “넷플릭스 플랫폼은 구독자 확보가 필요하다”며 “하나의 답이 있는 게 아니지만, 동시대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는 장르가 가장 관심있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글로벌 OTT  사업자나 투자자를 상대로 다큐멘터리의 기획 등을 설명하는 피칭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점으로는 △타깃 시청층 설정 △ 반전 등 드라마틱 요소 △신선한 소재와 관점 △ 핵심인물 접근성 확보 등을 강조했다. 

알로크는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더라도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을 장치와 요소가 있다고 보는데, 이를 스토리를 찾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피칭 자료는 첫장에서 왜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지, 어떤 점에서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갈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또 뮤직 다큐의 주인공이 인생의 전환점에 있다는 식으로 ‘왜 지금인가’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제작자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기는 절차와 선정 기준 등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넷플릭스 오피스가 지척에 있는데도 접촉하는 게 어렵다”, “넷플릭스가 일부 상위권 학생(제작사)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알로크 데비찬드는 넷플릭스 재직 경험을 전제로 “정해진 시스템은 없다”며 “피칭을 마치고 제안서를 받은 이후 내부에서 의견 교환을 거쳐 매력적인 이야기인지를 따져 정한다. (제작을 맡기는) 상위 제작사는 없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지지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협업 제작사와 함께 플랫폼을 찾아가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일단 제작팀이 꾸려지면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은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칭 단계에서 신청자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경험상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국제적으로 통하는 이야기일지 깊은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특정 시장과 시청자를 겨냥하지 않고 글로벌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싶다면, 해외입양 문제, 기후위기 등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월 9일 열린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에서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지낸 알로크 데비찬드가 ‘글로벌 OTT 다큐 기획 및 제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성헌
11월 9일 열린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 PD포럼’에서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지낸 알로크 데비찬드가 ‘글로벌 OTT 다큐 기획 및 제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성헌

한중일 PD들이 참여한 종합토론에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3국의 다큐멘터리 제작 관행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조정훈 KBS <다큐인사이트> 책임프로듀서는 교훈성이 강한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짚으면서 “고민이 많은 지점인데, 우리 다큐는 온순하고 평면적인 경우가 많다. 솔직·오만하거나 결함이 있으면 선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교훈을 주는 휴먼 다큐가 목적인 경향이 3국에 공히 있다”고 돌아봤다.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 다큐멘터리 디렉터인 닝위치는 “글로벌 다큐를 제작할 때 우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작품을 수출하는 것인지, 더 많은 사람에게 동양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해외 시청자들이 동양의 문화, 철학,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면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중국TV예술가협회, 일본TV프로그램제작자연맹, 일본방송비평간담회가 주최한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한중일PD포럼'은 오는 11일까지 파주출판도시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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